무더위로 냉방기 가동 시간이 길어지면서 눈의 건조함과 따가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에어컨을 켜면 실내 수분이 줄어드는 데다 찬바람이 얼굴로 향할 경우 눈을 덮고 있는 눈물막이 빠르게 마르기 때문이다. 평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을 오래 보는 사람은 눈을 깜빡이는 횟수까지 줄어 증상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안구건조증은 눈물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거나 성분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눈 표면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눈물막은 수분과 기름, 점액 성분이 층을 이뤄 각막과 결막을 보호한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눈물이 금세 증발하고 외부 자극에 취약해진다.
여름철에는 에어컨과 선풍기 바람이 대표적인 악화 요인이다. 습도가 낮은 사무실이나 차량 안에서 장시간 생활하거나 미세먼지·황사 등에 노출될 때도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눈물 분비 기능이 떨어진 경우, 항히스타민제나 항우울제 등 일부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에도 주의해야 한다. 백내장 등 눈 수술을 받은 뒤 건조증이 나타나는 환자도 있다.
눈에 모래가 들어간 듯 까끌거리거나 뻑뻑한 느낌이 드는 것이 흔한 증상이다.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충혈되며, 화끈거리거나 빛을 볼 때 시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건조한데도 눈물이 자꾸 흐를 수 있다. 눈 표면이 자극받자 이를 보호하려고 눈물이 일시적으로 과도하게 분비되는 현상이다.
증상을 오래 내버려두면 일시적으로 초점이 흐려지고 독서나 운전, 화면 작업에 불편을 겪을 수 있다. 눈 표면의 염증이 반복되거나 각막에 미세한 상처가 생기면 시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단순 피로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치료 방법은 건조증을 일으킨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가벼운 단계에서는 인공눈물로 눈 표면에 수분을 보충하고, 염증이 확인되면 항염증 성분이 든 점안제를 사용한다. 눈꺼풀에 있는 마이봄샘에서 기름이 원활하게 나오지 않는 경우에는 온찜질과 눈꺼풀 청결 관리가 도움이 된다. 증상에 따라 광선을 이용해 막힌 마이봄샘을 치료하는 IPL 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눈물이 코 쪽으로 지나치게 빨리 빠져나가는 환자는 배출구인 누점을 작은 마개로 막아 눈물이 눈 표면에 더 오래 머물도록 하는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인공눈물이나 점안제를 임의로 장기간 사용하기보다 안과 검사를 통해 눈물 부족인지, 눈물 증발이 빠른 유형인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생활환경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에어컨 송풍 방향을 얼굴에서 돌리고 실내 습도는 40∼60%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의식적으로 눈을 깜빡이고, 50분 정도 작업한 뒤 10분가량 먼 곳을 바라보며 눈을 쉬게 해야 한다. 콘택트렌즈는 착용 시간을 가능한 한 줄이고 세척과 보관 과정에서 위생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우상언 순천향대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안구건조증을 단순한 눈의 피로로 여겨 방치하기 쉽지만 각막 손상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초기 관리가 중요하다”며 “눈이 뻑뻑하거나 이물감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안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