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알파벳의 실적발표를 하루 앞둔 22일 코스피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반도체 조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분 현재 코스피는 전장보다 5.41% 오른 7,113.23을 나타내고 있다.
지수는 4.51% 오른 7,052.09로 출발하며 4거래일만에 '7천피'를 회복했다.
개장 직후에는 6.01% 급등한 7,153.42까지 치솟으면서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 5분간 프로그램 매수호가 효력이 정지되기도 했다.
이로써 유가증권시장에선 양방향 사이드카가 사흘 연속 발동됐다.
지난 20일에는 장중 5% 넘게 낙폭이 벌어지며 매도 사이드카가 걸렸는데, 이후 이틀간은 연속으로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이다.
반등을 주도한 건 외국인이다.
이 시각 현재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홀로 1조6천31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강하게 끌어올리고 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1조400억원과 5천651억원을 순매도 중이다.
기관 중에선 금융투자(3천870억원) 순매도 규모가 두드러지는 상황으로, 지수상장펀드(ETF) 관련 차익실현 매물 등이 출회되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이번주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2조2천17억원을 순매수하며 12주 만에 처음으로 순매수 전환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각각 5.50%와 8.12% 급등 중이다.
아시아 주요국 주식시장도 모처럼 동반 상승했다. 이 시각 현재 일본 니케이255 지수는 1.60%, 대만 가권지수는 2.38 올랐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3대 주가지수가 동반 상승한 가운데 반도체 업종 주요 종목들이 두 자릿수 상승을 기록한 분위기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로까지 이어진 모양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7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89% 올랐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29% 뛰었다.
특히 마이크론(+12.17%), 샌디스크(+14.27%), 웨스턴디지털(+12.51%), 시게이트(+11.14%)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급등하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5.21% 상승했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이 격화하며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물러선다) 패턴 재연에 베팅하며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필수소비재 및 소프트웨어 기업들에서 반도체로 자금이 이동하는 양상도 나타났다.
지난달 중순 미국과 이란이 휴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그간 강세를 보이던 AI 산업 관련주에서 여타 업종으로의 순환매가 이어졌는데, 이날은 반대 방향으로 '역(逆) 순환매'가 발생한 것이다.
엔비디아 차세대 AI 서버 플랫폼인 베라 루빈이 양산단계에 진입해 이미 주요 고객사에 공급되고 있다는 소식 등이 AI 인프라 투자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를 크게 완화했다.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AI의 최신 모델 '키미 K3'가 대량의 메모리를 필요로 한다는 진단도 반도체주 급등의 주된 동력이었던 반도체 공급부족 상황이 더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었다.
UBS와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AI 반도체 조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진단을 잇달아 내놓아 투자심리 회복에 한 손을 보탰다.
UBS는 최근의 AI 반도체 하락에 대해 펀더멘털 약화가 아닌 헤지펀드들의 대규모 포지션 축소에 따른 수급 충격이라며 추가 매도 압력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분석했고, 모건스탠리는 코스피가 바닥에 근접했다며 목표치 9,000을 유지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대체로 이달 말부터 반도체 반등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가 이날 현재 82.97로 여전히 높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아직 큰 까닭에 장중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하지만, 최근 한 달 금융위기급의 낙폭을 기록하며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매우 커졌고, 실제로 외국인 수급이 개선되는 조짐이 보인다는 점에 비춰볼 때 추가적 하락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ETF(티커명 EWY)에서도 지난주 30억 달러(약 4조천억원)가 유입되면서 역대 최대 주간 순매수액을 기록한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완전히 순매수로 방향을 잡았다고 확증하기는 이르지만, 반도체 중심의 한국 증시에 대한 차익실현 및 비중 축소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간밤 미국 반도체 업종 급등의 배경 중 하나인 옵션 수급은 단기 매매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추세적인 매수로 이어질지 여부는 이번 주 빅테크 실적과 AI 투자 계획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지영 연구원은 "이제 시장은 내일 새벽 알파벳 실적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7월 이후 증시 조정은 반도체와 AI를 둘러싼 실적 논란에서 시작된 만큼 이번 알파벳 실적은 AI 수요 가시성을 재점검하는 첫 번째 이벤트가 될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1분기 당시 1천850억달러로 제시됐던 2026년 설비투자 가이던스와 2027년 투자 확대 기조 재확인 여부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서버용 디램(DRAM) 수요 변화를 가늠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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