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정권이 바뀌어 앤디 버넘(56) 전 그레이터 맨체스터 시장이 노동당 정부의 새 총리에 오른 가운데 동갑내기인 부인 마리프랑스 판 힐 여사에게 이목이 쏠린다.
21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판 힐 여사는 이름에 ‘판’(van)이 들어간 점에서 알 수 있듯 네덜란드계 영국인이다. 197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에서 네덜란드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판 힐 여사는 가족을 따라 필리핀, 네덜란드, 프랑스, 벨기에 등 여러 나라로 옮겨 다니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덕분에 지금도 3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영국에 정착한 판 힐 여사는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교 영문학과에 입학했고, 1989년 같은 과 학생이던 지금의 남편과 만나 연애를 시작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판 힐 여사가 이미 남자친구가 있는데도 1992년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점이다. 당시 버넘 총리는 “방송에서 다른 남자와 만나 사귈 수도 있는데 괜찮겠느냐”는 판 힐 여사의 물음에 흔쾌히 동의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블라인드 데이트’(Blind Date)라는 제목의 해당 프로그램은 여름 휴가를 맞아 스페인 남단의 영국령 지브롤터로 함께 휴가를 떠날 이성을 고른다는 설정이 핵심이었다. 판 힐 여사도 출연진 가운데 한 남성을 선택했으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방송용’ 커플은 얼마 안 가 헤어졌다. 그 뒤 판 힐 여사는 버넘 총리 곁으로 돌아갔다.
대학 졸업 후 버넘 총리는 노동당 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기업에 입사한 판 힐 여사는 마케팅 전문가로 성장했다. 영국 역사상 최초의 가톨릭 신도인 버넘 총리는 오랜 기간 판 힐 여사와 동거했으면서도 결혼할 생각까지는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2000년 둘 사이에 첫 아들이 태어난 직후 마음을 바꿔 혼례를 올렸다. 현재 부부는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버넘 총리는 2002년 그레이트 맨체스터의 지역구에서 노동당 공천을 받아 처음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이래 2017년까지 중앙 정치 무대를 주름잡았다. 노동당 정부 시절 내각에 들어가 재무부 수석정무차관, 문화미디어스포츠부 장관, 보건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2017년 런던 의회 의사당을 떠나 그레이터 맨체스터 시장이 된 이래 최근까지 10년 가까이 재직하며 잉글랜드 북부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그에게 ‘북부의 왕’(King of the North)이란 별명이 붙은 이유다. 지난 6월 시장을 그만두고 하원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되며 중앙 정치에 복귀했다.
이처럼 버넘 총리가 정치인으로서 화려한 경력을 쌓는 사이 판 힐 여사는 기업 마케팅 담당자라는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며 조용히 살았고, 언론 등에 노출되는 일도 거의 없었다. 그는 남편이 런던 총리 관저 다우닝가 10번지에 입주한 뒤로도 주로 맨체스터 자택에 머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판 힐 여사의 지인은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정상회담 때 (판 힐 여사가) 외국 정상 배우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장면은 보기 힘들 것”이라며 “그녀는 런던으로 거처를 옮기는 것 자체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