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식 대구대학교 교수(특수교육학)는 대구대 평생교육원 산하 K페이스(K-PACE)센터를 이끌고 있다. K페이스센터는 국내 최초의 자립형 발달장애인 고등교육기관(3년 과정)이다. 이곳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며 사회 진출을 위한 자립교육을 받는다.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 간 졸업생은 1700명이 넘는다.
대구대가 2011년 2월 미국 내셔널루이스대(NLU)와 자매결연을 통해 K페이스센터를 설립하는 산파 역할을 한 주인공이 바로 박 센터장이다. 박 센터장의 주 전공은 지적장애아교육이다. 주된 관심사도 중증이나 최중증 발달장애 아동이었다.
박 센터장은 22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K페이스센터 설립 초기에는 중증 장애인 중심의 정책과 교육이 당연시되던 분위기였다”며 “그러다 보니 외견상 드러나지 않는 ‘경도 지적장애’나 ‘경계선 지능’ 영역에 대한 관심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후 현장 경험을 통해 이 분야 연구와 포용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느린 학습자’로 불리는 경계선지능인은 지능지수(IQ) 71∼84 집단으로, 전체 인구의 약 13.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체 장애인 인구의 2.7배에 달하는 규모이자 학령기 기준으로도 약 77만명의 학생이 해당하는 수치다.
문제는 고등학교 문턱을 넘은 이후다. 경계선지능인은 졸업과 동시에 진학과 취업을 지원받을 마땅한 고등교육 기관이나 제도적 장치 부재로 사회적 단절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들의 자립과 교육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는 게 박 센터장 진단이다.
그는 “경계선지능인은 학업이나 대인관계에서 비장애인보다 다소 더딘 발달 양상을 보이지만, 지적장애(IQ 70 이하)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며 “이로 인해 규정상 장애인에게 지원되는 특수교육이나 복지, 취업 등 국가적 혜택에서 완전히 제외돼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함에도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심각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박 센터장은 K페이스센터가 가진 학제적 한계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현재 대학 내 ‘특수장애융합학과’라는 정규 학위 과정이 개설돼 있지만, K페이스센터의 경우 3년간 90학점을 이수하더라도 정식 대학 학위는 받지 못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별도의 복잡한 제도를 거쳐야만 학위 취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제도적 한계가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박 센터장이 최근 교육편제 조정을 통해 2027학년도 수시모집부터 정원 20명의 정규 학위과정인 ‘라이프디자인학과’를 신설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경계선지능인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선 기초 학습뿐만 아니라 사회?정서적 행동요령, 취업 지원이 절대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학생들은 반려동물 케어와 뷰티 실습을 통해 전문 자격증을 취득하고 취업을 준비하게 된다”며 “이와 함께 사회정서 역량 강화를 위한 라이프케어 교육과 디지털 리터러시 과정을 병행해 직장과 일상에 안정적으로 적응하고 온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박 센터장이 꼽은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포괄적 지원의 가장 큰 걸림돌은 ‘법적 근거 미비’다. 경계선지능인들은 각 시·도교육청의 ‘기초학력 보장법’에 묶여 기초학력 중심의 제한적인 지원을 받는 데 그치고 있다. 2024년 발의된 12건이 넘는 ‘경계선지능인 지원 법률안’은 여전히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현행 기초학력 보장법은 여러 사업이 혼재돼 있어 경계선지능인만을 위한 표적 지원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며 “이제는 단순 학업 성취가 아니라 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스스로 자립해 버틸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을 길러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