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을 맞은 김정관(사진) 산업통상부 장관이 다시 대미 통상전의 최전선으로 향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압박부터 쿠팡을 둘러싼 양국 간 통상 마찰까지 김 장관은 지난 1년간 끊이지 않는 대미 현안을 조율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쏟아왔다. 양국이 주요 통상 현안을 놓고 여전히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을 만나 대미 투자와 관세 문제의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쿠팡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시각차를 좁히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22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김 장관은 이날부터 25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통상 및 투자 협력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지난 5월 이후 2개월 만의 미국행이다.
구체적인 진전을 끌어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대미 투자 프로젝트 1호의 윤곽을 확정하는 일이다. 앞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8∼9월 프로젝트가 가시화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1호 사업은 가시권에 들어온 것으로 관측된다. 김 장관은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미국 투자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일정을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을 만나 대미 전략적 투자를 비롯한 양국 간 주요 현안을 협의하고,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 등 핵심 정부 인사들과 자원?에너지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 의회 주요 인사들과도 소통할 계획이다.
이번 방미에서 성과를 내야 할 또 하나의 축은 조선업 협력이다. 김 장관은 23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에 참석한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가 무산된 이후 국내 조선업계가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을 확대하고 양국 간 협력을 실질적인 사업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기존 관세 합의가 흔들리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큰 숙제다. 특히 미국의 글로벌 관세 조치 만료가 김 장관의 방미 기간과 맞물리면서, 만료 이후 한국산 제품에 적용될 관세 체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법원이 기존 상호관세에 제동을 걸자,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한시적으로 부과했다. 해당 조치는 24일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한?미 양국은 앞서 한국산 제품에 적용되는 관세율이 15%를 넘지 않도록 하기로 합의했다. 글로벌 관세 종료 이후 이 합의가 무력화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먼저 날아가 미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를 상대로 협의하고 있는데 김 장관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한테 추가 관세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무역법) 301조 조치가 있더라도 한·미 간의 관세 합의라는 큰 세율은 초과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고 우리가 필요한 자료 제공이나 설명 등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 간 오해를 풀고 갈등이 통상·안보 현안으로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하는 쿠팡 문제 역시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측은 쿠팡의 고객 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한국의 조사?대응이 차별적인 조치라고 지적한 반면, 우리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김 장관은 “자연스럽게 (쿠팡 관련 의제가) 논의 테이블에 올라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미 동맹 관계가 그런 이슈 하나로 흔들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해가 있으면 풀고, 시각차가 있다면 좁히겠다”고 말했다.
쿠팡 문제는 최근 강경화 주미한국대사가 일시 귀국한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위 실장은 “주재 대사가 필요에 따라 국내에 와서 업무협의를 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주미대사는 현장에서의 여러 느낌과 정책적 제언을 소개했고 전체적인 토의가 생산적이고 풍성해지도록 기여했다. 쿠팡(문제)도 물론 논의됐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미국 측이 우리 정부에 호르무즈해협 군함 파견을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구체적인 특정 자산 파견을 요청받은 바는 없다”면서도 “우리는 실질적인 기여를 하겠다는 입장으로 임해 왔기 때문에 여러 가지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