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의 한 아파트 관리실 방화 혐의로 입건된 70대 주민은 관리규약과 주민대표 선거 등을 둘러싸고 관리실 측과 갈등을 빚어왔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주민은 최근 주민대표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선거함을 부수는 등 소란을 피운 것으로 전해졌으며, 사고 당일에도 관련 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경찰은 그가 아파트 운영 문제를 둘러싼 갈등 과정에서 불만을 쌓아오다 범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게다가 사고 발생 전 관리실을 제외한 아파트 곳곳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 전원 연결 코드가 모두 훼손돼 있었다는 주민 증언도 나와 이번 사건이 계획범죄에 따른 것인지도 규명해야 할 사안이다.
경찰은 23일 부상자 8명이 발생한 경북 경산시 아파트 관리실 폭발·화재 사고와 관련해 70대 주민 A씨를 현주건조물방화치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과 사고 아파트 주민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9분께 경산시 사동 한 아파트 관리실 안에서 방화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 폭발 화재가 발생해 약 20분 만에 진화됐다.
이 사고로 아파트 주민 등 40∼70대 남녀 8명(남 2명·여 6명)이 다쳤다.
부상자 가운데는 폭발 사고 직전 인화물질을 들고 관리실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난 A씨도 포함됐으며, 사고가 난 관리실 바로 앞에 경로당이 마주하고 있었던 까닭에 당시 이곳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진 어르신 5명도 화상 피해를 봤다.
경찰 조사 결과와 주민 진술 등에 따르면 A씨는 '펑'하는 폭발 소리와 함께 관리실에 불이 난 직후 현장에서 빠져나왔고, 이후 자신 집으로 돌아가 흉기를 들고 다시 밖으로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그는 "다 내가 죽인다"는 등 소리를 지르며 아파트 안을 배회하던 중 출동한 경찰과 마주쳤다.
A씨는 경찰관들이 권총을 겨누며 흉기를 버릴 것을 명령하자 순순히 따르며 바닥에 드러누웠고, 현장에서 곧바로 검거됐다.
이날 폭발 사고로 전신화상을 입은 A씨는 현재 대구 한 전문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돼 치료받고 있다.
찰은 A씨의 최근 행적과 범행 전후 행동 등으로 미뤄 그가 아파트 관리실 등과 오랜 기간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불만을 쌓아오다 범행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사고가 난 아파트에서는 이전부터 아파트 관리실과 일부 입주민 사이에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예전에도 경산시청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도 관리규약 문제로 입주자들과 관리실 관계자들이 모여 회의를 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아파트는 규모가 작아 의무적으로 입주자대표회의를 운영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또 방화 용의자는 최근 아파트 주민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임원직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낙선한 뒤 선거함을 부수는 등 소란을 피우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주민은 "A씨는 선거 낙선 이전에도 아파트 운영 문제에 불만을 드러내며 관리실을 지속적으로 찾아 소동을 일으켰다"며 "이번 폭발 사고 발생 전날에도 관리실에서 난동을 피웠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고는 관리실 측과의 누적된 갈등에서 비롯된 우발범죄가 아닌 사전에 준비한 계획범죄일 수 있는 정황도 나왔다.
폭발 사고 피해자 가족 B씨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께 그가 쓰레기를 버리고 관리실에 들렀을 무렵 아파트 곳곳을 비추는 CCTV 전원 연결 코드는 모두 훼손돼 있었던 상태였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B씨는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자, B씨 아내도 "전날(22일) 오후 8시 30분께 나도 CCTV가 꺼진 것을 보고 뭔가 싶었다"고 대답했다.
이후 B씨 아내는 CCTV 문제를 다시 말하기 위해 이날 오전 관리실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B씨는 "관리실로 간 아내가 돌아오지 않아 집 밖으로 나온 순간 폭발음이 들렸다"며 "당시 A씨가 몸에 불이 붙은 상태로 가장 먼저 현장에서 뛰쳐나왔다. 아내는 화상을 입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피의자가 치료 중이라 정식 조사는 시작하지 못했다"며 "계획범죄 여부 등 제기되는 모든 의문점에 대해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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