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을 고발한다/ 야코프 랍킨/ 김재용 옮김/ PB미디어/ 1만8000원
유대인은 오랜 세월 박해와 추방, 차별을 겪었고 그 비극은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에서 정점에 이르렀다. 그러나 유대인의 역사적 피해가 오늘날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유대계 역사학자인 저자는 책에서 “이스라엘이 곧 유대인을 대표한다”는 통념을 반박한다.
저자는 유대인의 정체성이 영토나 국가가 아니라 토라와 율법에 따른 삶에서 형성됐다고 설명한다. 반면 시오니즘은 19세기 유럽에서 등장한 세속적 민족주의 운동으로, 유대교 전통과는 구별된다. 유럽의 배타적 민족주의에 시달렸던 시오니스트들이 팔레스타인에서는 그 논리와 폭력을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건국에 반대한 유대인도 적지 않았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팔레스타인이 유대인의 조국으로 발전하는 데는 찬성했지만, 유대인이 정치적 지배권을 갖는 독립국가를 세우는 데는 반대했다. 한나(해나) 아렌트 등 유대계 지식인들도 이스라엘 우익 민족주의 세력의 조직과 정치철학이 파시즘과 닮았다고 경고했다.
책은 이런 반시오니즘 전통을 바탕으로 가자지구의 참상을 들여다본다. 저자는 이스라엘 주류 담론이 2023년 10월 하마스의 공격을 부각하고 ‘제2의 홀로코스트’에 대한 공포를 군사행동의 정당화에 이용한다고 지적한다. 장기간 이어진 봉쇄와 점령, 팔레스타인인의 추방과 차별을 지운 채 저항을 반유대주의로만 해석해서는 분쟁의 원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과거 아랍이라는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을 자처했던 이스라엘은, 이제 미국의 지원과 압도적인 군사력을 갖춘 골리앗이 됐다. 저자는 핵 보복 전략인 ‘삼손 옵션’을 거론하며 군사력과 핵 억제력이 팔레스타인과의 정의로운 평화를 대신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책의 핵심은 유대인 비판이 아니다. 이스라엘의 폭력적 민족주의가 유대교의 윤리와 전통을 배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팔레스타인인의 인간성을 인정하고 동등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시오니즘 비판은 반유대주의가 아니라 유대 전통 내부에서 이어져 온 양심의 목소리라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