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들이 2026 북중미 월드컵의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해 K리그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부진 후폭풍으로 축구계가 뒤숭숭하지만 K리그1에서는 10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FC서울의 선두 질주가 심상치 않다.
잦은 사령탑 교체나 고액의 선수 영입으로 단기간에 ‘명가 부활’을 이룬 것이 아니다. 김기동 감독이 3년 동안 공들여 만든 팀의 체질 변화가 마침내 성적으로 결실을 보고 있다.
서울은 23일 현재 19경기에서 13승3무3패(승점 42)를 기록하며 단독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위 강원FC(승점 32)에 승점 10점 앞선 독주다. 전북 현대(승점 30), 울산 HD(승점 28), 포항 스틸러스(승점 28) 등 전통의 강호들도 서울의 기세를 꺾지 못하고 있다.
34득점으로 리그 최다 득점을 기록했고, 14실점으로 최소 실점권에 자리했다. 득실차는 +20으로 리그 최고 수준이다. 공격과 수비 어느 한쪽에 기대지 않는 균형 잡힌 경기력이 서울의 가장 큰 무기다.
서울의 마지막 K리그1 우승은 2016년이다. 이후 10년 동안 서울은 ‘명가’라는 이름에 걸맞은 성적을 꾸준히 보여주지 못했다. 감독을 바꾸고 선수단을 보강해도 기대만큼의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우승 후보로 시즌을 시작하고도 중위권으로 내려앉는 일이 반복됐다. 2018년에는 11위로 강등 위기에 몰리기도 했고 2020년부터 2023년에는 상위 6위 안에 들지 못해 하위 스플릿에 머무는 등 명문 구단이라는 위상과 실제 경쟁력 사이의 간극도 점점 커졌다.
변화의 신호탄은 2024시즌이었다. 서울은 포항에서 꾸준히 성과를 냈던 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단기 성적에 매달리기보다 팀의 체질부터 바꾸겠다는 선택이었다.
첫 시즌 서울은 4위에 올라 상위 스플릿 복귀에 성공했다. 하지만 우승을 기대했던 팬들의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했다. 이듬해에는 오히려 6위로 내려앉았다. 김 감독의 축구가 서울에서는 통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나왔다.
그러나 구단은 흔들리지 않았다. 감독을 다시 바꾸는 대신 김 감독에게 시간을 줬다. 선수단도 전술 이해도를 높이고 조직력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김 감독 부임 3년째인 2026년, 서울은 마침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서울은 과거 약점으로 지적됐던 결정력 문제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클리말라를 중심으로 여러 공격 자원이 고르게 득점에 가세하며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는 공격 체제를 구축했다. 상대 입장에서는 한 명을 집중적으로 막는 것만으로 서울의 공격을 봉쇄하기 어려워졌다.
수비에서도 경기 흐름을 쉽게 내주지 않는 힘이 생겼다. 선제골을 넣은 뒤에는 경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실점하더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경기 막판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모습도 잦아졌다. 김 감독이 3년 동안 공들여 다져온 조직력이 이제 결과로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김기동 매직은 ‘한 방’이 아니라 ‘기다림’에서 나왔다. 포항에서 검증된 지도자였던 김 감독은 서울에서도 자신의 축구를 단기간에 이식하려 하지 않았다.
서울은 마침내 김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경기장에서 보여주기 시작했다. 감독이 바뀌지 않았고, 팀의 방향도 흔들리지 않았다. 대신 선수들이 ‘김기동의 축구’를 이해하는 시간이 쌓였다. 그 시간이 지금 서울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는 지난 22일 포항을 3-1로 꺾으며 2연승과 더불어 6경기 연속 무패(5승1무)를 기록한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클리말라의 선제골 이후 자책골로 동점을 허용했지만, 정승원이 멀티골을 터뜨리며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동점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고 다시 리드를 되찾은 서울은 올 시즌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팀의 면모를 보여줬다.
김 감독이 주목한 것도 단순한 승점 3점이 아니었다. 동점을 허용하고도 무너지지 않는 팀의 변화였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직전 부천전도 앞서다가 실점한 뒤 크게 흔들렸지만 결국 이겼다”며 “그런 부분을 이겨낼 수 있게 팀이 바뀌었다. 위기관리 능력이 좋아졌고, 위닝 멘털리티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변수가 많은 시기인 만큼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며 “리그가 70∼80% 진행됐을 때 승점 10차를 유지한다면 우승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서울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울산을 상대로 20라운드 경기에 나서 선두 굳히기에 나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