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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핵 권한 제한받는 원전 수출국’ 강조, 사우디와 입장 달라… 신중한 접근 필요 [美·사우디 원자력 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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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원자력협정 영향은

우방간 형평성 문제 제기 가능하지만
美 ‘비확산 원칙’ 변화로 단정 일러
외교부 “2차 안보협상 일정 조율 중”

미국이 2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체결한 원자력협정이 향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사우디에 기존보다 유연한 비확산 기준을 적용할 경우 한국도 핵연료주기 권한 확대를 요구할 명분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장을 추진하는 정부 입장으로선 미국과의 원자력 협력 개정 협상에서 운신의 폭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사우디와 한국은 지정학적 요소 등이 다르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은 사우디와 미 원자력법 123조에 근거한 이른바 ‘123 협정’을 체결했다. 양국은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문제에 대해 2년간 필요성과 경제성 등을 공동연구한 뒤 허용 여부를 판단하는 방안을 협정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친교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를 하고 있다. 앙카라=남정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친교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를 하고 있다. 앙카라=남정탁 기자

이번 협정은 미국이 전략적 필요에 따라 기존 비확산 원칙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은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관련해 미국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 연구 목적의 제한적 농축과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는 허용됐지만 상업적 농축·재처리는 여전히 제약을 받는 실정이다.

 

미국이 사우디에 기존보다 유연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향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에서도 ‘동맹국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세계적인 원전 수출국이면서도 핵연료주기 권한은 제한받고 있어 사우디 사례가 새로운 협상 논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태형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우디 협정의 본질은 이란 견제”라며 “미국이 전략적 필요에 따라 기존 비확산 원칙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사우디에 예외적인 기준이 적용된다면 한국 역시 원전 산업 역량과 동맹 기여도를 근거로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사우디가 상당한 이익을 얻은 것처럼 보이는 상황을 한반도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협정을 미국의 핵 비확산 기조가 근본적으로 바뀐 사례로 해석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미국과 사우디의 핵협정은 미국의 대(對)이란 전략과 중동 질서 재편 및 중국·러시아 견제라는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만큼 한국이 협상장에서 이를 선례로 제시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와 체결한 123 협정에서는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포기하는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를 적용했지만, 실제 협정은 국가별 여건에 따라 사례별로 체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와 맺은 핵협정도 관련 시설에 미국 인력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블랙박스’ 방식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 단계에서 미국이 사우디의 농축·재처리를 허용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는 원자력 연료 농축·재처리와 핵추진잠수함, 조선 협력 등을 논의하기 위한 안보 분야 협의체를 지난달 처음 가동했지만 아직 2차 회의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정부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전까지 협의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었으나 국제정세와 한·미 현안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후속 협의가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란과 사우디가 모두 관여돼 있어 관련 요소와 일정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아직 2차 안보협상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계속 조율해 일정을 잡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