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섬나라 아이슬란드는 수백년간 덴마크 지배를 받았다. 1918년에야 덴마크 군주를 국가원수로 섬기는 조건 아래 독립국과 비슷한 지위를 얻었다.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덴마크는 나치 독일의 점령 통치를 받았다. 미국, 영국 등 연합국은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던 아이슬란드에 임의로 군대를 주둔시켰다. 대서양에서 암약하던 독일 해군 잠수함 ‘유(U)보트’ 탐지 및 퇴치를 위한 기지로 쓰기 위해서였다. 아이슬란드 입장에선 안보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달았을 것이다.
2차대전이 아직 한창이던 1944년 6월 아이슬란드는 덴마크 왕정 지배 종식과 공화국 수립을 선언했다. 종전 이후인 1949년 미국 주도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출범할 때 아이슬란드는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유럽연합(EU)과는 거리를 뒀다. 유럽 대륙과 멀리 떨어진 섬나라로서 EU 가입의 실익이 없다고 여겼을 것이다. 2009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아이슬란드는 이듬해 EU 가입을 타진했다. 하지만 국민적 지지가 부족한 가운데 협상은 3년 만에 중단되고 말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방침을 밝혔을 때 덴마크 못지않게 놀란 나라가 바로 아이슬란드다. 트럼프는 “중국·러시아로부터 북극을 지키려면 그린란드를 미국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슬란드는 그린란드와 무척 가까울뿐더러 국토 일부가 북극권에 속해 있다. 아이슬란드 국민 사이에 ‘트럼프가 우리나라 영토도 탐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아이슬란드가 EU 가입 협상 재개 여부를 놓고 오는 8월29일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아이슬란드 외교부는 “트럼프 취임 후 (미국이 노리는) 그린란드에 대한 EU의 지지야말로 아이슬란드가 회원국이 됐을 때 EU의 존재 가치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동맹을 우습게 여기는 트럼프 시대에 아이슬란드 주권을 지키려면 EU 같은 우군의 존재가 꼭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당장 EU를 이끄는 프랑스가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아시아에 EU와 같은 지역 국제기구가 있다면 참으로 든든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