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dak 필름 한 롤 서른여섯 번의 셔터를 누르며 사진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카메라에 표시된 필름 카운터가 25 정도가 되면 고민이 시작됐다. 필름을 새걸로 갈아야 하나 남은 거로 찍어도 될까? 제한된 서른여섯 번의 셔터를 누르는 순간의 신중함과 긴장감, 설렘은 지금의 디지털카메라 시대에는 느낄 수가 없는 감정이다.
사진기자는 본인이 취재했던 사진을 나름의 방식으로 보관한다. 개인의 차이는 있지만 필자는 사진의 중요도를 떠나 보관을 많이 하는 사진기자이다. 역사의 중요했던 순간도 있었고, 상황이 기억도 없는 시답지 않은 사진도 있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담은 기념사진도 있고 취재와 출장 중에 보이는 나의 모습도 있다.
아주 먼 옛날의 모습은 아니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열어본 나의 외장하드를 독자들과 같이 꺼내보고 추억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인터넷 예매가 보편화되기 전이였던 1999년 설날 기차표 예매 서울역 현장 사진입니다.
명절을 가족들과 함께 보내기 위한 사투는 철도역에서의 밤샘 줄서기와 노숙으로 기억됩니다. 당시에는 서울역, 용산역, 청량리역 등 주요 철도역 광장에 명절표를 구하기 위해 며칠 전부터 밤샘 노숙을 하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각 역에서 배부하는 번호표를 받기 위해 줄을 섰으며, 번호표를 받고도 자리를 비우면 차례를 빼앗겨 꼼짝없이 자리를 지켜야 했습니다. 돗자리, 침낭, 솜이불, 휴대용 버너 등을 챙겨 나와 추위를 버텼습니다.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였지만 명절을 고향에서 보낼 생각에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던 그 시절 명절 풍경이였습니다. 2004년 KTX가 운행을 시작하기 5년전 서울역 게시판에 보이는 새마을호, 무궁화호, 통일호 기차의 이름이 정겹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