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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고백 편지부터 이혼까지…악연이 된 ‘세기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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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혼외자 공개편지’ 세계일보에 단독 게재
2017년 이혼 소송 시작
법정 대면 총 5차례 정도

최태원(66) SK그룹 회장과 노소영(65) 아트센터나비 관장 간의 ‘불화’는 최 회장이 2015년 12월 세계일보에 편지를 보내 노 관장과 결혼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고백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기업인 최태원이 아닌 자연인 최태원이 부끄러운 고백을 하려 합니다”로 시작하는 최 회장의 편지는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며 우리 사회 대중의 집단적 관음증을 유발했다. 

 

그 후 1년 반을 조금 넘긴 2017년 7월 최 회장이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하며 천문학적인 재산분할액이 걸린 ‘세기의 이혼’이 시작됐다. 서울고법 가사1부(재판장 이상주)가 24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9440억원 및 이 판결 확정일부터 갚는 날까지 5% 이자를 계산해 지급하라”고 판결하며 9년에 걸친 두 사람의 법적 분쟁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지난 6월 15일 2차 조정 기일에 출석하는 최 회장과 노 관장. 연합뉴스
지난 6월 15일 2차 조정 기일에 출석하는 최 회장과 노 관장. 연합뉴스

◆재벌가 아들-대통령 딸의 ‘세기의 만남’…본지 통해 파국 알려

 

1988년 9월13일, 29살 청년이던 최 회장과 28세 노 관장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화촉을 밝혔다.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장남과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의 만남은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축제 분위기 속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은 미국 시카고대에서 같이 유학하던 중 만나 교제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사람은 혼인기간 중 14년을 별거 상태로 지내는 등 순탄치 못한 결혼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이 보낸 공개 편지는 2015년 12월 29일자 세계일보 1면과 2면에 게재됐다. 최 회장은 사흘 앞선 26일 편지를 작성했다. 최 회장은 편지를 통해 노 관장과의 결혼생활은 2005년 무렵부터 이미 망가졌고 혼외로 낳은 아이, 아이 엄마(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와 새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5년 12월 세계일보에 보내온 A4 용지 3장 분량 서한. 세계일보 자료사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5년 12월 세계일보에 보내온 A4 용지 3장 분량 서한. 세계일보 자료사진

최 회장은 편지에서 “성격 차이 때문에 노소영 관장과 10년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다. 알려진 대로 오랜 시간 별거 중이다”며 “이제 노 관장과의 관계를 잘 마무리하고, 제 보살핌을 받아야 할 아이와 아이 엄마를 책임지려 한다”고 적었다. 다만 최 회장은 ‘총수 개인의 사생활 문제’가 SK그룹 전체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안팎의 우려 때문에 이혼 결정을 미뤘다.

 

2017년 결국 최 회장은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조정은 재판부가 판결을 내리기 전 당사자들이 합의를 시도하는 절차다. 그러나 노 관장이 이혼을 거부하며 조정이 불발됐고, 사건은 정식 이혼소송으로 넘어가게 됐다.

지난 6월 26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2차 변론에 출석하는 모습. 뉴스1
지난 6월 26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2차 변론에 출석하는 모습. 뉴스1

◆재산분할 1조원대 ‘세기의 이혼’으로

 

2019년 노 관장은 반소를 내며 최 회장을 상대로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이 가진 SK주식 1297만5472주의 절반가량을 재산분할로 요구했다. 1심은 2022년 12월 두 사람의 이혼을 인정하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노 관장은 “외부에 드러난 바로 5조원 가까이 되는 남편 재산에서 제가 분할 받은 비율이 1.2%가 안 된다”며 “34년의 결혼 생활 동안 아이 셋을 낳아 키우고, 남편을 안팎으로 내조하며 그 사업을 현재 규모로 일구는 데 제가 기여한 것이 1.2%라고 평가받은 순간, 삶의 가치가 완전히 외면당한 것 같았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이혼소송은 2심에서 재산분할금이 크게 뒤집히며 새 국면을 맞았다. 2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과의 혼인 관계를 소홀히 했다며 질타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혼인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2019년 2월부터는 신용카드를 정지시키고 1심 판결 이후에는 현금 생활비 지원도 중단했다”며 “소송 과정에서 부정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1심보다 약 20배 늘어난 재산분할액과 이혼소송에서 전례 없는 위자료로 ‘세기의 이혼소송’이 되며 시선은 대법원으로 향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2심의 재산분할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논란이 있던 300억원의 출처가 불법자금이기에 이혼 재산분할의 기여로 인정될 수 없다고 봤다. 두 사람의 이혼과 위자료 20억원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피가환송심 재판부는 최 회장의 SK(주) 주식을 분할대상 재산 대상으로 포함했다. 재산분할 비율은 노 관장 3분의 1, 최 회장 3분의 2로 정했다. 노 관장 몫 주식 중 부족한 부분은 최 회장이 현금으로 지급도록 했다. 앞서 대법원 환송판결에 따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은 재산분할비율 산정에서 제외됐다.

 

이혼 소송은 9년간 이어졌지만 두 사람이 법정에서 대면한 것은 5차례 정도뿐이다. 소송 제기 후 2018년 1월 열린 조정기일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2024년 3월 항소심 변론에서 6년 만에 법정 대면했다. 지난달 진행된 파기환송심에서도 두 사람은 법정에서 두 차례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