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을 준비하며 얼굴을 닦는데 수건에서 퀴퀴한 쉰내가 올라온다. 어제 세탁해 말린 수건인데도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 세제가 부족했나 싶어 평소보다 듬뿍 넣고 다시 세탁기를 돌려보지만 결과는 비슷하다.
덥고 습한 여름철 빨래에서 나는 쉰내는 세제가 부족해서만 생기는 게 아니다. 세탁 뒤 옷감에 남은 땀과 피지 등 오염물질을 미생물이 분해하는 과정에서 불쾌한 냄새가 날 수 있다. 세제를 더 붓는 것보다 빨래가 젖어 있는 시간을 줄이고 세탁기 내부까지 제대로 말리는 것이 중요하다.
◆악취 빨랫감 87%서 검출…모락셀라균도 원인
빨래 특유의 퀴퀴한 냄새에는 여러 미생물이 관여한다. 대표적으로 지목되는 세균 가운데 하나가 ‘모락셀라 오슬로엔시스’다.
국제학술지 ‘응용환경미생물학’에 실린 연구에서 연구진은 일본 15가구에서 수거한 악취 나는 세탁물 30점을 분석했다. 목욕 수건 16점과 손수건 7점, 티셔츠 3점, 기타 의류 4점이었다.
분석 결과 모락셀라균으로 분류된 세균군이 전체 세탁물의 87%에서 검출됐다. 이 세균군은 다른 주요 세균군보다 강한 냄새를 만들었고, 젖은 걸레나 땀 냄새와 비슷한 악취를 내는 물질인 ‘4-메틸-3-헥센산(4M3H)’도 다량 생성했다. 연구진은 해당 세균을 모락셀라 오슬로엔시스로 확인했다.
연구진이 이 균을 살균 처리한 헌 수건과 새 수건에 각각 접종한 실험에서는 헌 수건에서만 4M3H가 생성됐다. 세탁 후에도 옷감에 남은 피지와 땀 등의 오염물질이 냄새 발생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모락셀라 오슬로엔시스는 실험에서 대장균이나 황색포도상구균보다 건조와 자외선에 강한 내성을 보였다. 물론 모든 빨래 냄새를 이 균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옷감의 오염 정도와 세탁 온도, 건조 시간, 세제 사용량, 세탁기 내부 상태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
◆첫째, 냄새 난다고 세제 더 붓지 않기
쉰내가 난다고 세제를 더 붓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세제를 지나치게 많이 넣으면 거품이 과도하게 생겨 세탁과 헹굼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옷감이나 세탁조, 고무 패킹에 남은 세제 찌꺼기는 냄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물을 적게 사용하는 드럼세탁기나 고효율 세탁기에는 해당 기종에 맞는 세제를 사용해야 한다. 세탁물을 세탁조에 가득 밀어 넣는 것도 피하는 게 좋다. 빨랫감이 충분히 움직이지 못하면 오염물질이 제대로 빠지지 않고 헹굼 효과도 떨어진다.
세제는 빨랫감의 양과 오염 정도, 물의 경도에 맞춰 제품에 표시된 권장량만 사용한다. 식초나 베이킹소다를 습관적으로 넣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세탁기와 옷감에 따라 사용 가능 여부가 다르기 때문에 제품 설명서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식초와 염소계 표백제를 함께 넣어서는 안 된다. 산성인 식초와 염소계 표백제가 만나면 호흡기와 눈을 자극하는 유독한 염소가스가 발생할 수 있다.
◆둘째, 세탁 끝나면 바로 꺼내 말리기
세탁이 끝난 빨래를 세탁조 안에 오래 두면 습기가 빠져나가지 못한다. 젖은 옷감과 높은 습도는 미생물이 증식하기 좋은 조건을 만든다.
세탁 종료 알림이 울리면 빨래를 바로 꺼내 널어야 한다. 수건이나 청바지처럼 두꺼운 빨랫감은 세탁 표시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탈수를 한 차례 더 하면 건조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젖은 수건이나 땀에 밴 운동복을 빨래통에 뭉쳐 넣어두는 것도 피해야 한다. 바로 세탁하기 어렵다면 펼쳐서 물기를 말린 뒤 다른 빨랫감과 분리해 둔다.
◆셋째, 빨래 사이에 ‘바람길’ 만들기
빨래를 빽빽하게 널면 옷감 사이로 공기가 통하지 않아 건조 시간이 길어진다. 빨랫감 사이에 간격을 두고 두꺼운 옷은 소매나 바짓가랑이가 겹치지 않게 넌다.
실내에서 말릴 때는 창문을 열어 환기하거나 선풍기·서큘레이터 바람이 빨래 사이를 지나가도록 한다. 습도가 높은 날에는 제습기나 에어컨의 제습 기능을 함께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햇볕 유무보다 빨랫감이 축축한 상태로 머무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넷째, 빨래 꺼낸 뒤 세탁기도 말리기
빨래는 말리면서 정작 세탁기 내부는 축축한 채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세탁 직후 문과 세제 투입구를 닫아두면 내부에 습기와 잔여물이 남아 냄새가 생기기 쉽다.
세탁을 마친 뒤에는 문과 세제 투입구를 열어 내부를 충분히 말린다. 드럼세탁기는 고무 패킹 안쪽에 고인 물과 보풀을 닦고 세제 투입구와 배수 필터도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
통세척 코스와 세탁조 세정제는 제조사가 안내한 주기와 방법에 맞춰 사용한다. 냄새를 빨리 없애겠다며 여러 종류의 세정제나 표백제를 한꺼번에 넣어서는 안 된다. 제품을 임의로 섞으면 세탁기가 손상되거나 유해 가스가 발생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