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상징하는 ‘금문교’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관광 명소이기도 하지만 골든게이트 해협을 가로질러 사람과 물류·자본이 오가는 관문이자 미국 서부 경제 성장의 상징이기도 하다.
인공지능(AI) 시대,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역할을 일구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24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AI 서밋’ 연설이 금문교 이야기로 마침표를 찍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연설 말미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금문교가 바다를 가로질러 도시와 세상을 연결하며 경제적 번영을 열어 왔던 것처럼”이라는 표현에는 대한민국을 세계 AI 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 국가’로 만들겠다는 이 대통령의 구상이 담겨 있다.
이날 이 대통령 발언에서는 ‘AI 강국’보다 ‘연결’과 ‘공급망’이라는 우리나라의 차후 역할을 상징하는 듯한 표현이 자주 등장해 특히 눈길을 끈다.
피지컬 AI를 연결해 세계적인 AI 허브를 구축하겠다는 구상, 대한민국을 글로벌 AI 생산기지이자 혁신의 토양으로 만들어 세계 기술과 자본, 인재와 아이디어를 잇는 ‘글로벌 AI 협력 플랫폼’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청사진 등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과 생산 역량을 토대로 신뢰할 수 있는 AI 반도체 생산기지이자 공급망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도 자신했다.
이는 한국이 AI 모델 개발 경쟁에서 앞선 국가들을 추격하겠다는 전략보다는 AI 산업을 움직이는 기반을 책임지는 국가가 되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이 연설에서 금문교를 언급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금문교가 미국 서부의 경제와 세계를 연결하는 관문이라면, 우리나라가 반도체와 AI 인프라, 데이터·글로벌 투자를 이어주는 AI 시대의 연결 국가가 되겠다는 의미다.
한국이 연결하려는 대상은 반도체만이 아니다. 연설에는 AI 반도체 생산기지,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제조공장, 물류, 테스트베드, 생산 플랫폼, 공공서비스, 교육, 복지 등이 하나의 흐름으로 등장한다.
AI를 제일 잘 만드는 나라보다 AI가 가장 먼저 산업과 사회에 적용되는 나라가 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은 주요 경쟁국들의 노선과도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오픈AI와 구글, 앤트로픽 등 세계 최고 수준의 AI 모델과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기술 혁신을 이끌고 있다. 중국은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자국 플랫폼을 기반으로 거대한 내수 시장과 국가 주도의 투자 정책을 앞세워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확대 중이다.
반면 한국은 AI 모델 경쟁보다 메모리반도체 경쟁력과 제조 기반, 빠른 디지털 수용성,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인프라를 결합해 AI 공급망과 활용 시장을 동시에 키우겠다는 전략을 선택했다.
다만, AI가 가장 잘 작동하는 국가가 되겠다는 계획이 현실이 되려면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를 위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규제 개선, 고급 AI 인재 확보, 글로벌 빅테크 투자 유치,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한 공급망 안정성 확보 등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가 하루아침에 세워진 게 아닌 것처럼 이 대통령의 구상이 선언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만의 성장이 아닌 AI의 기회와 혜택을 전 세계와 나누는 책임 있는 파트너가 되겠다”며 글로벌 기업인들에게 손을 내민 점도 거대 해외 자본과 기술 생태계를 한국이라는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구상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