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안 사길 다행인가, 지금이 바닥인가”…삼전·하닉 7~8% 급락에도 월가 “2028년까지 메모리 부족”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외국인 삼전·하닉 2조6298억 순매도…개인은 4조2585억 순매수
미국선 마이크론 7.1%·샌디스크 10.8%↓…메모리 ETF 8.75% 하락
모건스탠리 “3분기 가격 최소 25%↑”…2027~2028년 공급난 우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하루 만에 7~8% 급락하자 투자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급락을 피했다는 안도와 이 정도면 저점 아니냐는 기대가 엇갈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24일 각각 7.59%, 8.34% 급락했다. 외국인이 두 종목에서 2조6298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4조258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왼쪽부터)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뉴시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24일 각각 7.59%, 8.34% 급락했다. 외국인이 두 종목에서 2조6298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4조258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왼쪽부터)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뉴시스

주가만 보면 메모리 업황이 꺾이기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월가가 데이터센터 구매 현장에서 확인한 분위기는 달랐다. 메모리 부족이 누그러질 조짐이 없고, 2027년과 2028년에는 공급난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모건스탠리는 같은 사양의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가격이 3분기에 전 분기보다 최소 25%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메모리주 하락도 장기 투자자에게는 진입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주가가 업황만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제유가와 미국 국채금리,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비 부담, 외국인의 차익 실현이 한꺼번에 겹쳤다. 공급 부족 전망이 맞더라도 주가가 곧바로 반등한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06.27포인트(5.72%) 떨어진 6690.62로 마감했다. 23일 4.40% 급등하며 7096.89까지 올라섰지만 하루 만에 7000선을 다시 내줬다.

 

삼성전자는 7.59% 내린 24만9500원, SK하이닉스는 8.34% 하락한 175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최근 사흘간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반납했고 SK하이닉스는 다시 170만원대로 내려왔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1조7568억원, 삼성전자를 873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두 종목 순매도액만 2조6298억원이다. 기관도 SK하이닉스 8673억원, 삼성전자 8588억원 등 총 1조7261억원어치를 팔았다.

 

개인은 반대로 삼성전자 1조6900억원, SK하이닉스 2조5685억원을 순매수했다. 두 종목에 들어간 개인 자금은 4조2585억원에 달했다.

 

급등장에서 매수 기회를 놓칠까 불안해하는 ‘포모’와 주가가 떨어진 뒤 안도하는 ‘조모’가 동시에 나타난 셈이다. 다만 개인의 대규모 매수가 실제 저점 매수로 이어질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외국인과 기관이 함께 매도하는 동안 개인이 물량을 받아낸 수급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주가 급락하기 전 거시경제 변수가 먼저 흔들렸다. 23일(현지시간) 브렌트유 선물은 7% 오른 배럴당 100.69달러에 마감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을 공격하면서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바브엘만데브해협까지 원유 수송 차질 우려가 번졌다.

 

국제유가가 뛰자 인플레이션이 다시 거세질 수 있다는 경계심도 커졌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71%까지 올라 2025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고유가와 고금리는 성장주에 불리하다. 금리가 오르면 먼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의 현재 가치가 낮아진다. 최근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반도체 대형주에는 외국인의 차익 실현까지 겹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기보다는 국제유가와 시장금리 상승, 높아진 주가 수준에 대한 부담이 한꺼번에 반영된 하락에 가깝다.

 

국내 증시가 문을 닫은 뒤 열린 24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에서도 메모리 반도체주 매도가 이어졌다.

 

마이크론은 7.05%, 샌디스크는 10.79%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샌디스크 등 글로벌 메모리·저장장치 업체에 투자하는 라운드힐 메모리 ETF는 8.75% 떨어졌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4.3% 밀렸다.

 

미국 증시 전체가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다우지수는 0.4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05% 올랐다. 나스닥지수는 0.64% 하락했다. 반도체와 AI 관련 종목에 매도가 집중됐다.

 

유가와 국채금리 흐름도 한국 증시가 급락했을 때와 달랐다. 24일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3.88% 내린 배럴당 96.78달러에 마감했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4.68%대로 내려왔다.

 

미국 메모리주의 하락을 이날 유가와 금리 움직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시장에서는 중동 불안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AI 투자비 부담과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이 맞물리며 반도체주를 끌어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실적은 AI 투자비를 둘러싼 경계심에 불을 붙였다.

 

알파벳은 2분기 영업활동으로 391억달러의 현금을 벌어들였지만 설비투자에는 449억달러를 썼다.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59억달러를 기록했다. 현금 59억달러가 사라졌다는 의미라기보다 설비투자액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넘어섰다는 뜻이다.

 

수요가 약했던 것도 아니다.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늘어난 247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AI 서비스와 데이터센터 수요가 외형 성장을 이끌었지만 투자비가 더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알파벳은 올해 설비투자 전망을 기존 1800억~1900억달러에서 1950억~2050억달러로 150억달러 상향했다. 2027년에는 투자 규모가 올해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메모리 업체 입장에서 빅테크의 설비투자 확대는 수요 증가를 뜻한다. 반면 빅테크의 현금흐름이 나빠지면 AI 투자가 언젠가 속도 조절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같은 투자 확대가 메모리 업계에는 호재인 동시에 주식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구조다.

 

월가가 주목하는 곳은 주가판이 아니라 데이터센터 구매 현장이다.

 

에버코어ISI의 아밋 다랴나니 선임매니징디렉터는 24일 CNBC 인터뷰에서 메모리 시장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2027년에는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부족 현상이 메모리를 넘어 반도체 생태계의 다른 부품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AI 개발의 중심축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옮겨갈수록 메모리 병목이 더 뚜렷해질 것으로 봤다. 추론은 수많은 사용자의 질문을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한다. 모델의 크기와 이용량이 늘어날수록 데이터를 저장하고 불러오는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도 더 많이 필요해진다.

 

모건스탠리도 최근 메모리주 조정을 매수 기회로 평가했다. 조지프 무어 애널리스트는 지난 20일 투자자 노트에서 데이터센터 구매 담당자들과 접촉한 결과 메모리 부족이 완화될 조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같은 제품을 기준으로 3분기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가격이 2분기보다 최소 25%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PC와 스마트폰 등 소비자용 전자제품 시장에서 수요 둔화와 재고 신호가 나타나더라도 이를 전체 메모리 시장의 하락 신호로 받아들이면 데이터센터에서 벌어지는 공급 부족을 놓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모건스탠리는 특히 2027년과 2028년에 메모리 부족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위험 대비 수익 측면에서는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을 최선호주로 꼽았다. 메모리주가 가장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가격 매력이 빠르게 커졌다는 평가에 가깝다.

 

다음 분수령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는 29일, 아마존과 애플은 30일(현지시간) 실적을 공개한다. 시장의 관심은 매출과 영업이익뿐 아니라 AI 관련 자본지출과 향후 투자계획에 쏠려 있다.

 

빅테크가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더 늘리겠다고 밝히면 메모리 수요 낙관론은 다시 힘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막대한 투자에도 현금흐름과 수익성이 계속 나빠진다면 반도체 고점 논란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급락을 메모리 업황 전망이 무너진 결과로만 보기는 어렵다. 국제유가와 시장금리 상승, 빅테크의 현금흐름 우려, 외국인의 차익 실현이 한꺼번에 겹친 영향에 가깝다.

 

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메모리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주가는 공급 부족 전망만으로 오르지 않는다. 실적이 좋아도 매수 자금이 빠져나가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확인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언제까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 빅테크가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면서 AI 투자를 계속할 수 있을지다. 두 가지가 확인되기 전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둘러싼 ‘바닥’ 논쟁도 끝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