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전 경북 경산시 하양읍 자신의 아파트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뒤 피범벅이 된 알몸 상태로 거리를 돌아다닌 정재환(24)의 범행 직후 행동을 두고 범죄 전문가들의 해석이 엇갈렸다. 다만 두 전문가 모두 가학적이고 잔혹한 범행이라는 점, 정씨가 주장하는 심신미약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점에는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 ‘경산 친구 살인 사건’ 정재환, 전문가 해석 엇갈린 ‘피범벅 알몸 활보’
26일 뉴시스에 따르면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정재환의 행동을 ‘과시성 행위’로 분석했다.
이 교수는 “피가 많이 분출된 상태였기 때문에 각성 상태였을 것”이라며 “알몸의 피범벅 상태로 돌아다닌 이유는 자신이 무섭고 센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잠재의식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어 “조폭들이 겁주고 위용을 과시하기 위해 상의를 탈의하고 문신을 보여주듯이 표현적 동기가 분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23일 피에 젖은 옷이 불편해서 벗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 교수는 “자신을 과시하려는 목적이라기보다는 옷이 몸에 달라붙는 찝찝함과 불편함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벗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오버킬’ 과잉 살해…“나 귀엽지” 웃은 가해자
이웅혁 교수는 “이런 사건을 오버킬 과잉 살해”라며 “피해자의 몸에 여러 번 찔린 흔적이 있다면, 이는 피해자에게 필요 이상의 과도한 상해나 폭력을 가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족 측 주장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함께 술을 마시던 다른 친구와 정씨의 싸움을 말리다 되레 표적이 됐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이 교수는 “자신의 권위를 흔드는 친구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서 과잉 살해적 측면으로 약 20번 이상 공격 행위를 한 것”이라며 “자신의 집단에서 이런 행동은 아무렇지 않다고 판단돼 범행 당시 영상통화에서 나 귀엽지 등의 기이한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씨는 사건 당시 A씨의 얼굴을 물어뜯고 흉기를 수십 차례 휘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또 A씨의 목을 절단하려 한 정황과 함께 현장에서 식칼 2자루가 발견됐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지인들은 “공동현관부터 복도까지 핏자국이 이어져 있었다”고 전했다.
A씨가 도움을 청하려 걸어둔 통화에는 범행 당시 상황이 그대로 녹음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이 녹음에서 A씨가 “진짜 가만히 있겠다”, “너무 아프다”고 애원했지만, 정씨는 “내가 얼마나 귀엽냐”며 웃었다고 밝혔다.
◆ 체포 순간 영상 공개…혈흔 낭자한 복도
앞서 정씨가 체포 당시 알몸 상태로 수갑을 찬 채 아파트 복도에서 저항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정씨가 체포 직후 알몸 상태로 양손을 뒤로 한 채 수갑에 묶여 아파트 복도 바닥에서 몸부림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은 A씨의 전화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간 친구 B씨가 지난 4일 오전 4시58분쯤 촬영한 것으로, 바닥 곳곳에는 핏자국이 선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출동한 경찰 2명과 소방대원 2명이 정씨를 둘러싸고 상태를 지켜보는 모습도 함께 찍혔다.
A씨는 다른 친구에게 전화로 피해 사실을 알렸고, 이 친구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으나 A씨는 이미 집 안에서 숨진 뒤였다. 당시 집 안에는 또 다른 친구 1명이 잠들어 있었다.
B씨는 “저희가 집에 들어온 뒤 5분쯤 지나 도착한 정씨는 우리가 오는 줄 몰랐던 듯 당황했다”며 “이후 경찰과 구급대원이 함께 들어왔고, 저희가 정씨를 범인이라고 가리키며 체포 안 하고 뭐하냐고 화를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 유족 “심신미약 아니다”…전문가도 회의적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을 먹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범행 동기를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친구들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지만 이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남언호 변호사는 지난 13일 “가해자가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뒤에도 명확한 판단력을 보였다”며 정씨의 심신미약 주장을 반박했다.
유족 측은 정씨가 만취 상태가 아니었고 마약 간이시약 검사에서도 음성 반응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또 범행 직후 나체로 현장을 벗어났다가 약 1시간 뒤 스스로 아파트로 돌아온 점을 들어 “당시에도 상황 판단력과 기억력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정씨가 과거에도 A씨에게 폭력을 행사한 전력이 있다”며 이번 사건이 순간적인 우발적 충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두 전문가 역시 “친구를 아주 가학적이고 잔인하게 살해한 포악한 사건”이라고 분석하면서, “순찰차를 보고 도주한 걸 보아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었던 상태”라며 “심신미약을 주장하기엔 어려워 보인다”는 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