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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원화 가치 17년 만에 최저…7월엔 ‘SK하이닉스 효과’에 나홀로 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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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원화 실질실효환율 82.99…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아
7월 원화 강세 전환…주요 20개국 통화 중 상승률 가장 높은 수준

지난달 원화의 실질 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이들 들어서는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강한 상승세를 보이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대규모 달러 공급과 한국은행의 긴축 기조가 맞물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하락했고, 일본 엔화는 약세를 이어가며 원·엔 환율은 2년 만에 100엔당 890원 아래로 떨어졌다.

 

19일 서울 중구 명동 인근 환전소 모습. 뉴시스
19일 서울 중구 명동 인근 환전소 모습. 뉴시스

26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원화의 6월 실질실효환율은 82.99(2000년=100)로 전월보다 1.7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79.31) 이후 17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실질실효환율은 주요 교역국과의 환율과 물가를 함께 반영해 통화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수치가 낮을수록 해당 국가 통화의 실질 가치가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6월 하락 폭도 지난해 11월(-1.92포인트)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당시에는 내국인의 해외 주식 투자 확대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던 시기다.

 

지난달 원·달러 평균 환율은 1527.95원으로 외환위기였던 1998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장중에는 1555.2원까지 치솟았다. 급등한 환율이 원화의 실질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 셈이다.

 

원화는 BIS가 집계한 64개국 가운데 일본(65.3)에 이어 두 번째로 실질 가치가 낮았다. 일본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12개월 연속 역대 최저치를 경신한 데 이어 6월에도 다시 하락하며 최저 기록을 새로 썼다. 원화와 엔화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7개월 연속 각각 63위와 64위를 기록했다.

 

양국 통화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으나 이달 들어 흐름이 달라졌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25일 야간거래 종가 기준 1458.5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이 1450원대로 내려온 것은 약 두 달 반 만이다. 이달 24일까지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6.24% 상승하며 주요 20개국(G20) 통화 가운데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반면 엔화는 같은 기간 0.83% 하락했고,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64엔에 육박했다. 이에 따라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89.83원까지 하락해 2024년 7월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원화가 엔화와 다른 흐름을 보인 가장 큰 이유는 외환시장 수급 변화다. SK하이닉스는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나스닥 상장을 통해 조달한 약 265억달러를 순차적으로 국내로 들여오며 환전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환율 추가 상승을 기대하며 달러 매도를 미뤄왔던 수출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환헤지에 나서면서 시장에 달러 공급이 크게 늘었다.

 

시장에서는 최근 환율 하락이 정부 정책보다는 이러한 수급 요인의 영향이 더 컸다고 분석한다.

 

한·일 통화정책 차이도 원화와 엔화의 방향을 갈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하며 3년 반 만에 긴축 기조로 전환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까지 안정적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대응하겠다”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약 1% 수준으로 올렸지만 여전히 주요 선진국보다 낮고 추가 긴축 속도도 더딘 상황이다.

 

이유정 하나은행 연구원은 연합뉴스에 “일본은 확장 재정에 따른 재정건전성 우려와 일본은행의 추가 긴축 지연 전망이 엔화 약세 압력을 키우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외환 수급 개선과 한국은행의 매파적 기조가 원화 강세를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국내에 달러 매도 우위 수급 환경이 유지되면서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외 변수에는 주의가 필요하는 진단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환율에 가장 큰 등락 요인은 ADR 환전 등 수급 요인”이라면서 “외환당국의 강력한 환율 안정 의지까지 확인된 상황이라 당분간 환율은 완만한 하방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도 “한국 성장률 전망 상향과 한국은행의 긴축 기조가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수출기업의 달러 조기 매도까지 이어질 경우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450원선을 시험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중동 지역 긴장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미국 국채금리 상승, 엔화 약세 장기화는 환율 하락 폭을 제한할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