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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의 王 최수종… 연극 무대 王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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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까지 ‘오이디푸스’서 열연
코러스·주연 간 찰떡호흡 빛나

연극 ‘오이디푸스’는 무엇보다 유려한 서사 전개와 국민배우 최수종(사진)이 모처럼 무대 위에서 펼치는 열연이 강렬한 작품이다. 90분 공연 내내 주연과 코러스, 코러스장이 얼마나 합을 맞췄을지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완벽한 호흡으로 맞물린다. 마치 한 편의 무도회를 보는 듯하다. 여느 연극 무대에서는 만나기 힘든 리듬감이 넘실거리며 관객을 극 속으로 끌어당긴다.

극작을 맡은 한아름 작가와 서재형 연출은 소포클레스 원작을 생동감 있게 압축했다. 서재형은 지난 5월 제작발표회에서 극장 규모가 2019년 초연했던 예술의전당 토월극장보다 작아진 만큼 고전의 본질을 더 밀도 있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막오른 무대에는 조형물이 거의 없다. 배경 영상이 주요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을 대신 빚어낸다. 그리고 그 빈 무대를 지탱하는 것은 코러스다. 여덟 명의 코러스가 여러 역할을 오가며 노래하듯 서사를 밀고 나간다. 코러스장 이형훈을 앞세운 이들과 주연이 만들어내는 일체감이 탁월하다. 극적 사건을 암시하는 벨소리가 주요 장면마다 반복해 울리며 긴장을 끌어올린다. 조형물을 걷어낸 빈 무대에서 서재형 연출은 코러스의 원리를 무대 전체로 확장하는 쪽을 택한 셈이다. 다만 오이디푸스 등이 제자리에서 춤추듯 걷는 동작 연출은 어색하다.

9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최수종은 중극장을 가득 채우는 발성으로 가혹한 운명에 맞선 분노와 절망을 온몸으로 발산한다. 감정이 너무 앞서 나간다고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그러나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비극의 주인공에게는 허용할 만한 과잉이다. 최수종은 제작발표회에서 손동작 하나 발걸음 하나를 표현하는 과정이 힘들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그 고투의 결실이 무대에서 객석으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데뷔작 ‘사랑이 꽃피는 나무’부터 ‘서울뚝배기’ ‘질투’ ‘태조 왕건’ ‘첫사랑’ 등 그의 수많은 대표작이 떠오르는 명연기다.

테베와 오이디푸스가 감당해야 하는 비극의 진실이 드러나는 숨 막히는 순간에는 이오카스테 역의 임강희가 빛난다. 가혹한 진실을 끝까지 피하려다 참혹한 결말로 향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올해 84세인 박정자는 예언자 테레시아스로, 남명렬은 코린토스 사자로 극의 무게를 지탱한다.

원작이 무대 밖으로 감춘 자기 징벌을 이 무대는 정면으로 보여준다. 두 눈을 찌른 오이디푸스는 “나는 살았고, 그들을 사랑했고, 그래서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또 걷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내 발아,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라고 물으며 암전된 객석 통로를 지나 관객 뒤편으로 사라진다. 운명에 굴복하지 않은 인간의 긍지를 보여주는 퇴장이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8월 2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