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과 악성 스피커들의 폭력적인 말들로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우리 공동체를 횡행하는 언어의 폭력성이 점점 독해지는 것 같아 걱정스럽습니다. 사람들을 포위한 유튜브 등의 미디어를 따라 강화되는 폭력적인 말의 일상화가 초래할 수도 있는 좋지 않은 결과를 생각하며 섬뜩한 기분에 사로잡힐 때가 많습니다.
커뮤니케이션학에서 정의하는 폭력적 언어는 ‘상대방을 지배하고 패배시키기 위해 물리적 또는 상징적으로 억압을 가하는 행위입니다. 공격 대상이나 지점(locus)은 개인의 신체, 물질적 소유물, 자아 개념, 특정 주제나 이슈에 대한 입장, 의견, 행동입니다(‘Aggressiveness’, Infante). 자신과 생각이 다른 상대의 입장, 의견을 비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사람 자체를 몹쓸 사람으로 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투명 인간으로 여기거나 만드는 것입니다.
폭력적인 언어로서 장수(?)하고 있는 ‘수박’을 예로 들어 봅니다. 이 말의 사회심리학적 기원은 2020년 무렵 민주당의 초선 의원들이 정부의 정책에 대해 비판하자 일부 민주당원들이 그 의원들을 겉은 파랗지만, 속은 빨갛다며 ‘수박’이라고 부르면서 태동했습니다. 겉과 속이 다른 국민의힘 스파이라는 상징을 의미합니다.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를 비판한 후보자 측을 친이재명 측에서 수박으로 칭하며 본격적인 세를 과시했습니다. 이후 ‘수박’은 발전(?)을 거듭하여 국회의원 공천, 당의 정책, 선거, 음모론, 특정 여론몰이, 국가 정책에 강력한 집단적 행동력을 보이며 힘을 발휘합니다.
“수박은 세상 모든 사치품의 으뜸이며, 한번 맛을 보면 천사들이 무엇을 먹고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칭송한 ‘마크 트웨인’이나 조선시대에 재배하기가 어려워 정성 어린 보살핌을 받으며 비싸고 귀한 존재로 대접받던 수박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갑갑한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푹푹 찌는 여름 무더위에 시원하게 청정한 물기운을 선사하는 수박 한 덩어리에 고마움을 공유하던 보통 서민들도 마찬가집니다.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말의 폭력’에 대해 연구해 온 미국 커뮤니케이션 학계에서는 폭력적인 말을 하는 원인에 대해 다양한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정신병리(억눌려온 적대감의 표출), 사회적 학습(폭력적인 말이 가져오는 이익을 보면서 배우는 행위), 논쟁 기술 결핍(자신의 주장을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말하는 기술력의 부족), 유전(생물학적인 성격과 기질의 표출)을 포함합니다. 우리 사회의 말 폭력을 주도하는 이들의 증상이 심해서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폭력적인 언행은 불치의 병이 아니고 치유가 가능한 병임을 강조합니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