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기획예산처·국가데이터처 업무보고를 주재하고 올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불발된 이유를 물으며 자본시장 정상화를 위한 입법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했다. 취임 후 두 번째로 진행된 이번 부처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단기간의 주식시장 급등을 거론하며 “MSCI 편입이 국제적 수요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질문한 뒤 편입이 안 된 이유에 대해서도 물었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편입이 무산되었다기보다 단계적 추진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구 부총리는 “잘 안 되는 건 아니고 저희 속도가 있다”며 자본시장 안정화와 원화 가치 급변에 따른 외환시장 리스크를 고려해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걸림돌로 해외 투자자가 요구하는 원화 24시간 거래와 계좌 개설 문제를 꼽으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외환시장이 한꺼번에 노출되면 역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초까지 상당한 대비책과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자본시장 정상화, 선진화는 매우 중요한 국가 정책”이라며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상속·증여세법 개정안) 등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발표된 MSCI의 2026년 연례 시장 분류 결과 한국 증시는 종전과 같은 신흥시장(EM)에 머물렀다. 선진시장(DM) 편입의 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 명단에도 올리지 않았다. EM에서 DM으로 승격하려면 먼저 관찰대상국에 1년 이상 오른 뒤 글로벌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 한국은 1992년 EM에 편입됐고 2008년 관찰대상국에 처음 올랐으나 시장 접근성 문제로 번번이 승격이 무산됐고, 2014년에는 관찰대상국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MSCI는 이번에 관찰대상국 등재를 보류한 핵심 사유로 역외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전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들었다. MSCI는 “한국 원화는 역외에서 실물 인도(delivery)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원화는 한국 밖 국제 외환시장에서 실물을 주고받으며 결제할 수 없어 차액만 미국 달러로 정산하는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위주로 거래된다는 것이다. MSCI는 역내 원화 거래시간이 야간으로 연장됐지만, 유동성이 부족하고, 지난해 3월 공매도 전면 재개 후 시장 참가자들이 새 감시규정 체계에서 운영 부담을 겪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정부가 걸림돌로 지목한 원화 24시간 거래·계좌 문제는 MSCI의 지적과 정확히 맞물린다.
정부의 대응은 이미 가동 중이다. 재경부·한국은행·금융위·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 등 관계기관은 지난 1월9일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로드맵’을 합동으로 발표한 바 있다. 로드맵은 외환시장 선진화, 전 세계 표준 증권거래·결제체계, 투자자 등록·계좌 개설 편의, 공매도 규제 합리화, 영문 정보 공시 개선, 현물이체·장외거래 제약 해소, 선진 배당절차 확산, 한국물 파생상품 접근성 등 8대 분야 39개 과제로 짜였다. 정부는 자본시장을 ‘경제 성장의 핵심 플랫폼’으로 삼는다는 국정과제 아래 내년 6월 MSCI 편입을 목표로 제시했었다.
이행에도 속도가 붙었다. 허장 재경부 2차관 주재로 지난 5월2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외환 건전성 협의회 겸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추진 태스크포스(TF)’에서 관계기관은 39개 과제 중 25건(64%)을 마쳤으며, 6월까지 3건을 추가해 상반기 중 총 28건을 이행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매듭지은 과제로는 예탁결제원 전문 시스템 개편을 통한 명목계좌 기반 펀드별 결제 처리, 법인식별번호(LEI) 발급 확인서를 실명확인 증표로 인정해 번역·공증 부담을 줄인 조치, 유렉스(Eurex)·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의 코스피 선물 거래시간 제한 폐지 등이 있다. LEI 발급 확인서는 지난 4월1일 서비스 개시 후 보름여 만에 163건(4월16일 기준)이 활용됐다.
대통령이 지목한 원화 문제도 진척되고 있다. 국내 원·달러 외환시장은 지난달 29일 시범거래를 거쳐 지난 6일부터 24시간 무중단 거래체제로 전환됐다. 서울 외환시장이 문을 연 지 26년 만의 최대 개편으로, 미 뉴욕 서머타임 기간에는 월요일 오전 6시∼토요일 오전 6시, 그 밖의 기간에는 월 오전 7시∼토 오전 7시 연속 운영된다. 종전 주중 오전 9시∼익일 오전 2시였던 거래시간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에 원화 계좌를 두고 원화를 직접 보유·결제할 수 있게 하는 역외 원화 결제망은 지난달 한은 정보기술(IT) 테스트에 이어 오는 9월 시범운영, 내년 1월 본 운영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구 부총리가 답한 ‘내년 초 대비책’ 중 하나다.
정부는 제도 개선과 함께 해외 투자자와의 소통에도 공을 들였다. 문지성 재경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지난 4월22일 국제금융센터에서 씨티은행·골드만삭스증권·HSBC·모건스탠리증권·SSBT 등 외국계 금융기관과 한국거래소·예탁결제원이 참석한 제3차 외국인 증권투자 유치 자문위원회를 열어 주식·결제 분야 애로를 점검했었다. 허장 2차관은 지난 4월 28∼29일 홍콩과 싱가포르를 찾아 블랙록·노던트러스트·SSBT·아문디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 아울러 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ASIFMA)·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글로벌외환시장협의체(GFXD) 등 협회와 라운드 테이블을 열고 24시간 외환시장, 역외 원화 결제망, 옴니버스(통합) 계좌 등의 추진 상황을 설명했다.
현장 애로를 반영한 실무 조치도 뒤따랐다. 관계기관은 지난 4월27일부터 국제 수탁은행 명의로 실명확인·고객확인(KYC)을 일괄 수행하는 옴니버스 계좌 기반 결제구조를 도입해 계좌 개설에 따른 서류 부담을 줄였다. 또 외국계 증권사의 결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예탁결제원 결제촉진대금의 처리 단위를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4월27일 시행), 주식 기관 결제 개시 시각을 오전 9시에서 7시로 앞당겨(3월30일 시행) 관련 부담을 30% 이상 줄였다. 시장경보(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 종목에 일률 부과되던 100% 위탁증거금 징수 의무도 폐지해 시차로 불리했던 해외 투자자의 거래 편의를 높였다.
채권 시장에서는 이미 성과가 나왔다. 한국 국채는 지난 4월1일부터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돼 11월까지 단계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2024년 10월 편입이 확정된 지 약 1년 반만으로, 미국·일본·독일 등이 포함된 ‘선진국 국채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WGBI 편입은 성사됐지만, 주식에선 MSCI 관문을 넘지 못한 셈이어서 외국인 자금의 안정적 유입 기반을 넓히려는 정부로서는 남은 과제에 전력을 다해야 할 처지다.
시장에서는 24시간 외환시장과 역외 원화 결제망 등 제도 개선이 예정대로 안착하면 내년 관찰대상국 재등재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MSCI 편입과 관련해 재분류 협의가 이뤄지려면 제기된 문제가 모두 해결되고 개혁이 완전히 시행되는 한편 시장 참가자들이 변화의 지속적 효과를 평가하도록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제도 시행에 더해 시장에 효과가 쌓이는 시간이 편입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관건인 셈이다.
MSCI 편입은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자본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과정의 결과물이다. 정부가 반년 남짓 만에 관련 39개 과제의 70% 이상을 이행하고 24시간 외환시장까지 가동한 속도는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앞선 MSCI 편입 실패가 두 차례에 걸쳐 확인해준 교훈은 제도의 존재가 아니라 시장이 그 제도를 신뢰하고 실제로 활용하기까지 축적되는 시간이 승격의 진짜 조건이라는 점이다. 원화의 역외 활용과 결제 인프라가 시장에 뿌리내리고, 부동산에 묶인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흘러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저평가)를 걷어내는 실질적 변화가 뒷받침될 때 MSCI 편입은 목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귀결로 다가올 수 있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현재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사외이사, 금융감독원 금융투자 옴부즈만, 유가증권(KOSPI) 시장위원,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 협력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