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서버를 둔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조직과 청각장애인을 이용한 대포계좌 유통망 및 이를 통해 3200억원대 불법 베팅을 벌인 이른바 ‘양방도박’ 조직 등 172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양방도박은 동일한 경기나 게임을 중계하는 여러 도박사이트에서 승패 등 서로 반대되는 결과에 동시에 베팅해 손실 위험을 최소화하는 수법이다.
부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해외 도박사이트 운영자와 양방도박 조직 관리자, 계좌 유통책 등 172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6명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도박사이트 운영진은 2024년 1월부터 5월까지 부산 남구의 한 오피스텔 등을 거점으로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53억원 상당의 도박 자금이 오간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핵심 운영자 2명을 구속한 데 이어 고액 상습도박자 3명도 추가로 구속했다. 이 가운데 최고 베팅 금액은 3억2000만원에 달했다. 수사 과정에서 도박사이트 입금 계좌 상당수가 청각장애인 명의인 점이 확인됐다. 경찰은 계좌 명의자들이 “돈을 받고 계좌를 넘겼을 뿐 도박에는 가담하지 않았다”고 진술함에 따라 조직적인 대포계좌 유통망이 존재한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했다.
경찰 수사 결과 청각장애인들과 오랫동안 신뢰관계를 형성해온 통역사 A씨가 계좌 모집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홀덤펍에서 알게 된 양방도박 조직 관리자의 제안을 받고 청각장애인들에게 접근해 “거래 실적을 쌓아 신용도를 높여주겠다”고 속인 뒤 계좌를 넘겨받아 양방도박 조직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를 중심으로 한 계좌 유통망을 추적해 계좌를 양도한 청각장애인 87명을 포함한 계좌 유통 가담자 92명을 검거했다. 이어 이들 명의의 대포계좌로 3200억원대 베팅을 한 양방도박 조직 관리자와 조직원 등 25명 전원을 검거해 범행 기반을 사실상 와해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인 청각장애인들을 범죄에 이용한 계좌 유통 조직과 대규모 양방도박 조직의 전모를 함께 규명한 사례”라며 “취약계층을 노리는 지하경제 범죄를 끝까지 추적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본인 명의의 통장이나 계좌를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빌려주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