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州) 콴티코에는 해병대 박물관이 있다. 2017년 그곳에 ‘장진호 전투 기념비’가 들어섰다. 6·25전쟁 첫해인 1950년 11∼12월 함경남도 저수지 장진호 일대에서 벌어진 전투는 미 해병대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싸움으로 꼽힌다. 미 해병 1사단은 숫적으로 우세한 중공군 그리고 밤이면 영하 30도 아래로 떨어지는 혹한과 처절한 사투를 벌인 끝에 승리했다. 전투 당시 장진호는 ‘장진’(長津)을 일본식 발음으로 읽은 ‘초신’(Chosin)으로 불렸다. 오늘날까지도 미 해병대에는 ‘초신 퓨(Few)’라는 용어가 있다. 초신 호수에서 온갖 고초를 겪고도 살아남아 귀환한 ‘소수정예 전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주한미군 기지들 가운데 경북 포항의 ‘캠프 무적’(Camp Mujuk)이라는 곳이 있다. 국내에 있는 유일한 미국 해병대 전용 주둔지다. 평상시 상주하는 병력은 얼마 안 되지만 한·미 해병대 연합 훈련이 실시돼 일본 오키나와(沖縄) 등지의 미 해병대 장병 수백명이 입국하면 부대가 북적북적해지며 활기를 띈다. 1980년 창설돼 올해 46주년을 맞은 캠프 무적의 ‘무적’(無敵)은 말 그대로 ‘너무 강력해서 적수가 없다’는 뜻이다. 한국 해병대를 상징하는 여러 표어들 중 ‘무적 해병’이란 말에서 따왔다.
주한 미 해병대는 비록 규모가 크지 않으나 사단장급에 해당하는 소장(少將)이 사령관에 보임되는 것이 오랜 관행이다. 2025년 6월 초 주한 미 해병대 사령관으로 부임한 발레리 잭슨 소장은 최초의 여성 사령관이란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해군사관학교가 아닌 보스턴 대학교 학군단(ROTC) 출신으로 해병대 장교가 되었다. 통신 병과로서 남미와 아프리카 등에서 해외 복무 경험을 쌓았고, 주한미군 배치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후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잭슨 장군은 “주한 미 해병대의 역할은 미 해병대와 대한민국 해병대 간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7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 행사가 열렸다. 6·25전쟁 기간 한국에서 북괴군 및 중공군에 맞서 싸운 유엔군 용사들을 기리고자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3년 제정한 날이다. 해외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을 대신해 의식을 주재한 한성숙 국무총리가 잭슨 장군과 만나 악수하는 장면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악수는 두 손이 아닌 오른손으로만 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아랫사람의 경우 악수할 때 왼손으로 오른쪽 손목이나 팔꿈치를 떠받치는 것이 윗사람에 대한 예의로 통한다. 한 총리와 악수를 나누던 잭슨 장군도 그런 동작을 취했다. 한국식 예법을 존중하려는 태도가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