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가 끝나고
모처럼 고개를 든 사람들
구름 속에서 사랑하는 존재를 찾는다
저기가 눈이고 입이고 저 아래가 다리고 그 옆이 꼬리고
흙은 흙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매미는 매미대로
진한 숨을 쉰다
짓무른 땅에서는
반짝이는 것이 피어날 준비
(중략)
집에 가면 젖은 시간을 거꾸로 매달아야지
머금은 것 뚝뚝 다 떨어지라고
선풍기 바람에 말리고
뒤집어서 밤바람에 또 한번 말리고
속까지 푹 젖은 고무장갑 말릴 때처럼
비와 함께한 칠월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젖었다 마르기를 반복하며 모서리가 두툼해진 책처럼, 제멋대로 맞붙어버린 종이처럼 괜스레 마음 한쪽이 덕지덕지하다면 순전히 비 때문일 것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비가 긋고 간 것들”이 있어서일 것이다. 비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나면 마음도 제모습을 되찾을 것이다.
한층 짙어진 초록 사이를 걷다 “짓무른 땅”에서 돋아나는 것, 꿈틀거리는 것들을 본다. 문득 걸음을 멈춘 뒤 흙이 깔린 길가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사람을 본다. 사람의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진 것을 본다. 그런 장면을 슬몃 알아본 사실만으로 젖은 시간이 조금씩 말라가는 기분이다. 자우룩하던 근심이 걷히는 느낌이다.
비로소 들리는 매미의 울음은 얼마나 맹렬한지. 간절한지. 살고 싶다고 소리치는 그의 “진한 숨”을 좀 얻어야겠다. 나무 아래 서서 있는 힘껏 고개를 들어 올린다.
박소란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