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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식의세계속으로] 기후 변화와 불타는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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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로 평년보다 10도 높은 폭염 기승
휴식으로 더위 피해 버틸 수 있는 조건 벗어나

내 기억에 파리는 여름에도 선선한 도시다. 낮에는 맑은 하늘에 섭씨 25도 정도로 상쾌한 기분으로 산책할 수 있고, 기온이 10도대로 내려가는 아침저녁에 반팔옷으로는 쌀쌀함을 느낄 정도다. 7~8월 여름에 파리 갈 때 긴팔 스웨터를 챙기지 않아 후회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이건 지난 세기의 이야기다.

2003년 살인적인 폭염이 닥치더니 지난 20여년 동안 이례적인 찜통더위가 점점 빈번하게 유럽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기는 기록이 곳곳에서 세워지고, 밤에도 20도를 넘는 열대야가 며칠씩 계속되곤 한다. 급기야 올해는 일주일에서 열흘씩 유지되는 폭염이 여름 초입의 6월에 두 차례, 그리고 7월에 한 차례 발생했다. 이번 주도 파리는 38도에 육박하는 2026년 네 번째 폭염을 기다리고 있다.

기후란 원래 변하지 않는 지역의 특성이 아니었던가. 한 사람의 생애에 이런 급격한 기후의 변화를 직접 경험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그만큼 지구 온난화가 심각하고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다. 지구의 온난화로 연 평균 기온이 10년에 0.27도 상승했다. 그런데 유럽에서는 그 두 배에 해당하는 10년에 0.56도가 올랐다.

이건 평균 기온이고 여름만 본다면 평년보다 10도 높은 폭염이 기승을 부리며 유럽을 강타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빈도가 점차 높아짐으로써 유럽 여름의 ‘뉴노멀’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유럽의 여름은 냉방 없이도 버틸 만한 선선한 계절에서 이제는 그 어느 열대 지역보다 더운 시기가 되어버렸다.

과거 미국과 유럽은 냉방과 관련해 서로 대립적인 문화가 있었다. 미국에서는 24시간 냉방을 돌리면서 생활하는 습관이 보편적이었다면, 유럽에서는 낮잠 시간을 제도화하거나 여름철 긴 휴가를 통해 일상의 활동을 중단함으로써 더위를 피하는 관습을 키웠다. 그러나 이제는 유럽도 휴식만으로 더위를 피해 버틸 수 있는 기후 조건에서 벗어난 셈이다.

유럽도 사회 전체에 냉방 인프라를 건설하는 과정에 돌입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중국으로부터의 에어컨 수입이 43%나 늘었다. 물론 냉방과 관련한 정치 논쟁도 한창이다. 프랑스의 경우 극우의 마린 르펜은 냉방 장치의 보편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한편, 극좌의 장뤼크 멜랑숑은 에너지 소비를 늘려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냉방은 결단코 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폭염의 인명 피해를 줄이면서도 지구 온난화를 통제하는 길은 재생 에너지를 통한 전기 공급을 늘리거나 공동 냉방과 같은 효율적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무조건 개개인이 집집에 에어컨을 설치해 실외기로 열기를 외부로 뿜어대는 것보다는 도심에 녹색 휴식 공간을 넓히고 공동으로 건물에 냉수를 돌리는 등의 새로운 냉방 기술을 고려할 수 있다.

한국에서 유럽 폭염 관련 보도가 ‘에어컨도 없는 가난하고 미개한 유럽’의 이미지나 ‘황당한 환경주의로 더위에 죽어 나가는 유럽인들’ 등으로 단정하는 것 같아 씁쓸하고 아쉽다. 지구 온난화의 악영향을 가장 집중적으로 받게 된 유럽은 불행히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폭염 습격에 노출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혹서의 비지땀을 흘리면서도 지구의 미래와 공동 운명에 대한 책임과 고민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는 사회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