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가마솥 폭염으로 한반도 남해와 서해 바닷물 온도가 오르면서 전국 주요 양식장에 ‘고수온 비상’이 걸렸다. 과거 고수온으로 인한 어패류 집단 폐사를 경험했던 어민들과 양식업자들은 폭염 장기화 소식에 “피해가 발생하는 건 시간문제”라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27일 수산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폭염 특보가 지속된 경남 거제·통영·사천 등 남해안 해역과 충남 서산·태안 등 서해안 해역을 중심으로 고수온 발생 조짐이 한층 구체화하고 있다. 경남 남해안은 수온 상승을 막아주던 해역 내 냉수대(주변보다 4∼7도 낮은 찬물 덩어리)가 줄어든 데다 올해 장마마저 비가 적은 ‘마른장마’로 지나가면서 적조 현상까지 동시에 덮칠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이윤수 경남어류양식협회장은 “폭염이 지속되면서 연안 표층 수온이 올라 바닷속 냉수대가 사라지고 있다”며 “올해는 마른장마로 연안 유입 민물 양도 줄어 고수온과 적조가 동시에 덮칠 경우 양식업계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상 가두리 양식은 바닷물 온도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통상 양식 어종은 수온이 28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고수온 경보’ 환경에 사흘 이상 노출되면 면역력이 떨어져 대량 폐사로 이어진다. 경남 지역은 전국 해상 가두리 양식 면적(85만㎡)의 42%(42만㎡)가 집중돼 있고 사육 마릿수도 가장 많아 고수온 발생 시 피해가 크다.
역대급 폭염을 기록했던 2024년에는 71일간 이어진 고수온 현상으로 경남을 중심으로 전국 양식업 피해액이 1430억원에 달했다. 이는 피해 집계 시작(2012년) 이래 최대 규모로, 우럭·광어는 물론 멍게·굴 등 패류까지 직격탄을 맞았다. 거제 해역의 한 어민은 “고유가와 인건비 상승으로 생계가 어려운데 고수온까지 덮치면 대책이 없다”며 “수온계 수치가 오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밤잠을 설친다”고 토로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고수온 속보’(26일 기준)에 따르면 서해 함평만, 남해 사천만·강진만, 제주 연안 등 해역에 고수온 현상이 나타났으며, 폭염 장기화에 따라 고수온 지정 해역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서해안의 최대 양식 단지인 충남 천수만 역시 사정이 급박하다. 서산·태안과 맞닿은 천수만은 수심이 얕고 해수 교환이 제한적이어서 매년 여름 고수온에 따른 어류 집단폐사가 반복되는 대표적 취약 해역이다. 특히 이곳은 고수온에 약한 조피볼락(우럭)을 주로 기르고 있어 수온이 올라가면 먹이 반응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급격히 약해진다.
충남도는 반복되는 피해를 막기 위해 양식 어류의 피서지인 ‘월하장’을 최초로 도입했다. 보령 고대도 인근 2㏊ 해역에 임시 양식수면을 마련하고 천수만의 우럭을 수온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바다로 미리 옮겨 키우는 방식이다. 집단폐사 후 보상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고수온 해역 밖으로 어류를 직접 피신시키는 선제적 대응책이다.
지자체들도 수산 피해 최소화를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경남도는 고수온·적조 종합대책을 조기 수립해 수온이 한계치까지 오르기 전 조기 출하를 적극 독려하고, 양식 수산물 재해보험 가입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상훈 경남도 해양수산국장은 “어업인들께서는 기관별로 제공하는 주요 해역의 실시간 수온 정보를 수시로 확인해 대응해야 한다”며 “고수온 피해 최소화를 위해 사료 공급 중단, 조기 출하 등 자기 어장 지키기 노력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