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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창칼럼] 보완수사권 폐지, 누가 책임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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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끝내 당론 채택은 ‘무리수’
서민·약자 피해 구제 수단 사라져
보수·진보 진영 막론 대부분 반대
李대통령, 거부권 행사해 혼란 막길

지난 5월 발생한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아버지가 경찰 중간 간부인 장윤기에 대한 일선 경찰 수사가 어떻게 축소됐고, 증거인멸까지 한 실태가 드러나서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까지 재조명되면서 피해자 구제 수단의 중요성과 견제받지 않은 경찰 권력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국민은 이 사건들을 통해 보완수사권이 단순히 검사의 권한만이 아니라, 경찰의 부실 수사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이념적 도그마에서 벗어나 민생·실용 관점에서 바라보는 국민이 늘어났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이 끝내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파국을 자초하는 ‘무리수’다. 이 결정은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와 무관치 않다. 전대에서 표를 행사하는 강성 지지층은 보완수사권 일부 존치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의원들을 ‘검찰개혁 11적’으로 몰아세웠다. 당 대표 후보들은 이런 표심을 의식해 하나같이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내세웠다. 청와대 역시 “어떤 결정이든 존중하겠다”며 뒤로 빠졌다. 당권 쟁취에 혈안이 돼 국민의 권익을 내팽개친 것 아닌가.

채희창 논설위원
채희창 논설위원

민주당은 대안으로 성범죄·아동학대·가정폭력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7대 범죄는 전건 송치하고, 중대범죄수사청에 관련 전담 부서를 설치해 보완수사를 하게 했다. 피해자의 자료제출권, 부실 수사에 대한 수사관 교체·징계 요구 등도 제시했지만 허술하다. 거악을 척결해야 할 중수청이 ‘서민 사건’을 제대로 보완수사해줄지도 의문이다. 수사 현장에선 “실효성이 없는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벌써 나온다.

보완수사권 폐지는 국민을 상대로 한 임상 실험이나 다름없다. 가장 심각한 건 돈 없고 법률 지식이 부족한 서민들에게 돌아갈 직접적인 피해다. 장윤기 사건,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 경찰은 단순 살인 또는 중상해 사건으로 처리하려다가 검사의 보완수사를 통해 성폭행 목적의 범행이라는 실체가 드러난 것이 단적인 예다. 경찰의 부실·축소 수사를 바로잡을 수 있는 장치가 없어지면, 그 피해는 변호사를 살 돈이 없는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이 볼 것이다. 이게 국민을 위한 개혁인가.

더 큰 문제는 대다수 민심을 무시했다는 점이다. 지난주 한국갤럽조사에서 보완수사권 유지는 61%로 전면 폐지(23%)를 압도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유지 의견이 46%로 폐지(39%)보다 높았다. 심지어 호남에서도 유지론이 55%로 폐지론(28%)을 크게 앞섰다. 보수단체는 물론이고 진보당, 친여 성향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여성단체들까지 폐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만큼 보완수사권 폐지 위험이 크다는 방증이다.

위헌 소지도 다분하다. 헌법은 영장청구권 등을 명시하며 검사를 수사의 주체로 규정하고 있다. 검사의 수사 주체성을 부정하고 보완수사권마저 박탈하는 건 위헌 소지가 크다. 오죽하면 헌법전문가인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이 “검사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겠나. 형사 실무에 종사하는 거의 모든 법률 전문가 집단이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우려하는 게 현실이다.

보완수사권 폐지로 인한 사회적 혼란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경찰의 불송치 처분에 불복해 고소인이 이의신청한 사례가 5만6165건이다. 올해 상반기 중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며 돌려보낸 사건은 6만6000건에 이른다. 경찰의 미제 사건도 같은 기간에 10만건 넘게 쌓여 있다. 수사기관 간 핑퐁으로 사건 처리가 지연돼 범죄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묻히는 일이 속출할 게 뻔하다.

사회적 합의 없는 개혁은 모래성에 불과하다.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 온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더 이상 할 일도, 의지도 없다”며 사의를 밝혔다. 민주당이 그래도 입법을 강행한다면 이제 방법은 하나뿐이다. 최종 결정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정권이 흔들리고, 총선과 대선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엄중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민심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

 

채희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