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동 나들이
대한민국의 음식 사랑은 유별나다. 조금만 번화가로 나가도 동네마다 먹자골목이 형성되어 있을 만큼 식당이 빼곡하다. 그 수많은 메뉴 가운데도 유독 목적을 가지고 찾아가게 되는 음식이 있다. 바로 돼지막창이다. 소곱창집에 비해 막창집은 의외로 흔하지 않다. 웬만한 먹자골목에서도 한두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자주 생각나지만 막상 먹으려고 하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음식, 그래서 더 애틋한 것이 돼지막창집이다. 특히 여름밤 습한 바람이 피부를 스칠 때면 숯불 위에서 자글자글 익어가는 막창이 더욱 간절해진다. 고소한 기름 향과 숯불 향이 뒤섞여 피어오르는 모습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발걸음이 향하는 곳이 있다. 석촌숯불막창집이다.
석촌동은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음식점이 밀집해 있는 동네다. 눈앞에 우뚝 선 롯데타워와 산책하기 좋은 석촌호수는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까지 불러들이는 매력을 품고 있다. 낮에는 호수를 따라 걷는 사람들이, 밤에는 골목마다 맛집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석촌은 단순한 주거지가 아니라 먹고, 걷고, 쉬는 즐거움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그 골목 한편에 자리한 석촌숯불막창은 한 달에 한 번쯤은 꼭 찾게 되는 곳이다. 우리 동네에도 막창집은 있지만 이 집만큼 만족스러운 곳은 좀처럼 없다. 물론 맛도 이유이지만,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나와 술 한잔을 기울인다는 기분도 이곳을 찾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적당한 거리의 설렘, 숯불 위에서 노릇하게 익어가는 막창, 그리고 시원한 술 한잔. 그 조합만으로도 석촌까지 찾아올 충분한 이유가 된다.
레트로 느낌이 가득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고소한 막창 굽는 냄새가 우리를 반긴다. 1990년대 가요와 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들이 정감이 간다. 작은 환대를 받으며 자리에 앉아 잠깐 기다리고 있으면 곧 찬이 차려진다. 벽에 무심히 적혀 있는 메뉴들은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예전에 있었던 막창 크림 파스타는 메뉴판에서 사라졌다. 인기가 많았지만 손이 너무 많이 간다는 사장의 넉살 좋은 웃음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석촌숯불막창의 사장은 이탈리아 요리를 오랫동안 한 요리사다. 가족들이 모두 외식업을 하고 있는데 부모님도 20년 넘게 동네에서 사랑받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운영한다고 한다. 독립을 위해 자기 가게를 차린 사장님은 동네에서도 이미 유명한 막창 구이 집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노래방에서 자주 부르던 18번곡 음악을 듣고 감상에 젖어 있으면 곧 뜨거운 탕이 나온다. 어떨 때는 홍합탕, 어떨 때는 콩나물국이 나온다. 요리사가 하는 고깃집이 즐거운 이유다. 막창이 구워지기 전에 국물 한 수저에 소주 한잔을 털어 넣어본다. 술이 참 달다.
◆석촌숯불막창
통막창은 초벌을 거쳐 나오기 때문에 가위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단면을 노릇하게 익혀 주면 된다. 불판 위에서 지글거리며 익어가는 막창 특유의 향은 호불호가 조금 갈리는 편이지만, 막상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그런 생각은 금세 사라진다. 쫄깃한 식감 사이로 퍼지는 지방의 고소한 풍미가 씹을수록 진하게 올라오고, 숯불 향이 더해져 맛의 깊이를 완성한다. 함께 내어주는 상추 겉절이도 이 집의 숨은 매력이다. 새콤달콤하게 절여낸 양념이 막창의 기름진 맛을 산뜻하게 잡아주며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막창의 맛에 또 다른 리듬을 만들어 주는 셈이다.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밑반찬 역시 이 집을 찾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한결같은 메뉴 속에서도 계절감을 담아내려는 정성이 느껴진다. 이곳의 된장국 술밥도 맛이 참 준수하다.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된장국 술밥은 구수한 된장 향만으로도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된장국과 밥의 중간쯤 되는 걸쭉한 농도는 술안주이면서도 든든한 한 끼 식사 역할을 한다. 큼직하게 들어간 건더기와 갈비뼈는 씹는 재미를 더하고, 깊게 우러난 된장의 감칠맛은 숟가락을 멈추기 어렵게 만든다. 막창을 먹으며 느껴졌던 기름진 풍미를 구수한 국물이 부드럽게 감싸주면서 입안을 편안하게 정리해 준다. 화려한 메뉴는 아니지만 마지막까지 만족감을 이어주는 숨은 주인공 같은 음식이다. 잘 구운 막창과 따뜻한 된장국 술밥 한 그릇이면 석촌까지 찾아온 발걸음이 결코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돼지막창
돼지막창을 이야기할 때 대구를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은 전국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음식이지만, 막창구이 문화의 뿌리는 대구에서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예전에는 돼지막창이 지금처럼 인기 있는 부위가 아니었다. 손질이 까다롭고 특유의 냄새 때문에 정육점에서도 선호하지 않는 부산물 취급을 받았지만 대구의 고깃집들은 이 평범한 식재료를 숯불 위에 올려 새로운 별미로 탄생시켰다. 오랜 시간 쌓인 손질 기술과 초벌구이 방식이 더해지면서 잡내는 줄고 고소한 풍미는 살아났다. 막창은 어느새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퇴근길 직장인들이 숯불 앞에 둘러앉아 소주 한잔과 함께 막창을 즐기는 풍경은 대구의 밤을 상징하는 모습이 됐다. 입소문을 타고 여행객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대구에 가면 막창은 꼭 먹어야 한다’는 말도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이제 돼지막창은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외식 메뉴가 되었지만, 숯불 향 속에 담긴 그 시작의 이야기는 여전히 대구라는 도시를 향하고 있다.
■발사믹 드레싱을 곁들인 돼지막창 모듬 튀김 만들기
<재료> 손질한 돼지막창 150g, 베이컨 3줄, 올리브 3알, 브로콜리 30g, 튀김 반죽 150g, 화이트와인 30ml, 다진 마늘 15g, 발사믹 식초 50ml, 레몬즙 10ml, 로즈메리 약간, 설탕 5g.
<만드는 법> ① 막창은 화이트와인에 담가 놓는다. ② 막창은 수분감을 빼준 후 다진 마늘에 버무리고 다른 재료들과 튀김 반죽에 입혀 170도 기름에 노릇하게 튀겨준다. ③ 발사믹 식초와 레몬즙, 다진 로즈메리 설탕을 섞어 드레싱을 만들어 준다. ④ 튀김 위에 발사믹 드레싱을 뿌려 마무리한다.
김동기 청담 일판 총괄 셰프 paychey@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