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가족이 함께 참여해 50만원을 지원받으면서 여행경비 부담이 크게 줄었어요. 다음에도 꼭 다시 참여하고 싶어요.”(강원 영월 관광객 B씨)
국내에서 여행 경비의 절반가량을 지원받고 가족 여행을 떠나는 것이 일상화됐다. 고물가 장기화로 가계 소비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50%’를 되돌려받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어젖히는 강력한 발전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인구 감소와 외지인 유입 급감으로 고사 위기에 처한 지방 소도시들에 이 ‘반값 마케팅’은 반짝하는 할인행사가 아닌 관광객의 재방문을 통한 지역상권의 자립과 생활인구 유입으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카드로 등판한 것이다.
◆전남광주 ‘반값여행’ 선점에 ‘섬 반값여행’까지
30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지역사랑 휴가지원(대한민국 반값여행)’ 시범사업이 전국적인 오픈런 사태를 빚으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외지 관광객이 인구 감소 지역을 여행할 때 지출한 금액의 50%(개인 최대 10만원, 단체 최대 20만원)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돌려주는 이 사업은 상반기 동안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눈여겨볼 대목은 전남광주의 압도적인 선점이다. 전국 16개 시범 지자체 중 전남광주는 무려 6개 군(고흥, 강진, 영암, 영광, 완도, 해남)이 선정되며 전국 최다 기록을 세웠다. 국비 3억원과 지방비 7억원을 매칭한 지자체당 10억원의 예산은 얼어붙었던 전남광주 남해안과 농어촌 골목상권에 즉각적인 심폐소생 효과를 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해남군 ‘땅끝해남 반값여행’은 1·2차 모집에만 6300여팀, 1만1000여명이 몰려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특히 청년층에게는 환급률을 최대 70%(개인 14만원, 팀 28만원)까지 넓히며 대도시 젊은 여행객의 발걸음을 완벽히 끌어당겼다. 전남광주는 이 여세를 몰아 여름 휴가철을 겨냥한 3차 모집을 연대해 이어가고 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은 하반기에도 전망은 밝다. 정부와 지자체는 총사업비 151억2000만원 규모로 사업을 확대하며, 총 14개 지자체를 최종 선정해 9월부터 본격적인 2차 사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여기에 ‘전남 섬 반값여행’도 추진된다. 9월5일 개막하는 ‘여수세계섬박람회’의 성공 개최를 위한 사전 붐업과 섬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섬 반값여행은 8월29일부터 11월4일까지 진행되며, 전남광주 8개 시·군이 예산을 5대5로 분담해 총 1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한다. 대상 지역은 목포·여수·고흥·보성·강진·영광·진도·신안 등 16개 섬이다.
최영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관광본부장은 “지역사랑 휴가지원 사업은 관광객에게는 여행비 부담을 덜어주고, 지역에는 소비와 활력을 더하는 대표적인 지역상생 관광정책”이라며 “앞으로도 섬 반값여행을 비롯한 체류형 관광정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반값 특수에 인구감소지역 16곳으로 확대돼
전남광주에서 시작한 ‘반값여행’ 바람은 비수도권 전역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대표적인 수혜 지역으로 강원권 3개 지역(평창, 영월, 횡성)과 경남권 5개 지역(밀양, 하동, 합천, 거창, 남해), 충북 제천, 전북 고창 등 비수도권 인구감소지역 16곳이 주요 대상지에 이름을 올렸다.
반값여행이 가장 활발한 지역은 강원 영월군이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인기로 청령포를 비롯한 영월 역사문화자원에 관심이 커지면서 반값여행이 관광객 증가에 불을 지피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간 영월 반값여행을 신청한 인원만 7000명에 달한다. 지난달 진행된 7월 3차 반값여행 사전신청에는 1000명 모집에 2만5000명이 몰려 경쟁률 25대 1을 기록해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영월서부시장 엄미경 상인회장은 “왕과 사는 남자가 흥행을 거둔 데다 여행비까지 절반을 지원한다고 해서 그런지 손님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반겼다. 시장에서 메밀전병 매장을 운영하는 엄 회장은 “5~6월에는 일손이 달려 주문을 다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바빴다”며 “평소보다 매출이 30%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전북 ‘고창 반띵여행’도 4월부터 매달 1회씩 4번에 걸쳐 사전신청을 받은 결과 9300여명이 참여했다. 총사업비 10억원을 고려하면 접수 인원을 다 받지 못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관련 예산이 조기 소진될 정도로 높은 참여율을 기록하며 이들 지역의 생활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견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21일 기준 경남을 찾은 관광객(정산 기준)은 총 2만910팀으로 5만616명이 다녀갔다. 이들이 경남에서 쓴 소비금액은 74억3700만원으로, 반값여행 취지에 따라 다시 지역상품권으로 되돌려받는 환급 금액도 37억4700만원으로 집계됐다. 김상원 경남도 관광개발국장은 “이번 공모 선정을 계기로 많은 관광객이 경남을 찾아 지역 소비가 활기를 띠고 이것이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활기 찾은 골목상권… ‘착시 효과’는 경계해야
이 같은 폭발적 흥행의 바탕에는 관광객의 편의성을 높이고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용 모바일 플랫폼과 지역화폐 결제망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정산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여행신청은 관광 통합 플랫폼인 ‘JG TOUR’ 앱에 가입한 뒤 출발 최소 5일 전까지 여행을 신청해야 한다. 현지에서는 해당 시·군의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 앱을 통해 가맹점에서 결제한 후, 여행 종료 10일 이내에 정산 신청을 마치면 지출액의 50%(최대 10만원)를 지역화폐로 환급받는다. 특히 인프라가 취약한 섬 지역 특성을 고려해 섬 내에서 5만원 이상 소비할 경우 나머지 금액은 해당 시·군 육지 가맹점 소비 내역까지 인정하는 유연한 기준을 적용해 이용객 불편을 줄였다.
현장의 반응은 뜨겁다. 페이백 혜택이 외지인들의 발길을 끌어당기면서 전통시장과 식당가는 간만에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정선군 관계자는 전했다. 이언 정선군 관광마케팅팀장은 “사전 신청자 중 포기한 이들이 발생하거나 잔여 예산이 확인되면 추가 신청자를 모집할 수 있으니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며 “환급받은 지역화폐를 재방문을 통해 연내 소비할 수 있도록 마케팅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훈풍 이면에 숨은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50% 환급 혜택을 노리고 일부 숙박·음식업소가 슬그머니 가격을 올리거나 서비스 질을 낮추는 ‘꼼수 영업’이 포착되고 있어서다. 바가지요금에 실망한 관광객이 돌아서면 지역 이미지 전체가 실추될 수 있다.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되는 ‘예산 소진형 특수’라는 점도 한계다. 지원이 끊기면 관광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기저효과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회성 페이백에 그치지 않고 지역 로컬 콘텐츠를 연계해 지속적으로 지역을 찾는 ‘관계인구’로 정착시키는 후속 전략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유승각 강원연구원 기조실장(관광학 박사)은 “다시 찾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재방문 동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영월의 경우 단종의 삶을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계절별 주제로 풀어낸 콘텐츠 시리즈를 선보인다면 새로운 매력을 느끼기 위해 재방문 수요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