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의회 중간 선거를 앞두고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에 부담을 느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가 미군 사망자 숫자에 부쩍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국이 치른 주요 전쟁들과 비교하는 와중에 6·25전쟁(1950∼1953) 당시 미군 전사자 규모까지 동원됐다.
27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베트남 전쟁(1955∼1975), 6·25전쟁, 이라크 전쟁(2003∼2011)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전쟁(2001∼2021) 당시의 사망자 수가 나열돼 있다. 베트남 전쟁은 5만8220명, 6·25전쟁은 3만6574명, 이라크 전쟁은 약 4600명, 아프간 전쟁은 약 2000명이 각각 전사한 것으로 돼 있다.
이들 ‘다른 대통령‘(Other Presidents) 시절의 전쟁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 들어 터진 이란과의 무력 충돌은 4개월간 미군 18명이 전사했다. 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의 경우 불과 하루 만에 단 한 명의 전사자 없이 끝났다는 것이 트럼프의 주장이다.
여기서 이란 전쟁 사망자 숫자를 두고선 미 행정부 내에서 약간의 혼란이 있었다. 지난 2월28일 미국이 ‘장대한 분노’(Epic Fury)라는 작전명 아래 이란을 공격한 뒤 미사일과 드론을 이용한 이란의 반격으로 목숨을 잃은 미군 장병은 현재까지 18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미 전쟁부(옛 국방부)는 지난 23일 홈페이지에서 이란 전쟁 전사자 수를 14명으로 줄여 논란이 일었다.
전쟁부는 장대한 분노 작전의 경우 지난 4월 미국·이란 간 휴전에 따라 종료했다는 입장이다. 그때까지 사망한 장병 수가 14명이다. 이후 두 나라 사이에는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이 이뤄졌다.
그런데 7월7일 트럼프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선박을 또 공격하는 등 종전 조건을 위반했다며 MOU 파기를 선언했다. 이를 계기로 미군이 공습을 재개한 가운데 요르단 및 이라크의 미군 기지에서 복무하던 장병 4명이 이란의 보복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그들은 장대한 분노가 아닌 별도의 ‘해외 작전’ 항목으로 분류됐다는 것이 전쟁부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미 언론 매체들은 “전사자 숫자를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해외 작전 항목이란 것이 갑자기 만들어졌음을 지적하며 “미국·이란 간의 교전만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불명확하다”고 꼬집었다. AP 통신은 “행정부가 미군 장병들의 인명피해를 적절히 집계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오는 11월3일 미국에선 연방의회 하원의원(임기 2년) 전부와 상원의원(임기 6년) 3분의 1을 교체하는 중간 선거가 실시된다. 여기서 여당인 공화당이 지고 민주당이 이겨 ‘여소야대’ 정국이 들어선다면 트럼프는 남은 임기 약 2년간 레임덕(권력 누수)을 겪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에 대한 대중의 차가운 시선을 의식한 나머지 행정부가 안절부절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