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좋아하는 수험생이 대전을 대표하는 유명 빵집 ‘성심당’ 취업을 목표로 하는 ‘성심당과’로 입학하는 시대가 열린다. 그동안 한국 대학가에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다양한 ‘이색학과’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현존하는 이색학과와 함께 취업난과 맞물린 최근 학과 트렌드를 짚어봤다.
◆ ‘성심당반’에서 ‘성심당과’로…학과 개설까지 이어진 기업들
29일 교육계에 따르면 우송정보대는 기존 1년 과정으로 운영되던 산학협력반 ‘성심당마이스터클래스(성심당반)’를 2027학년도부터 2년제 정규 학과인 ‘성심당과’로 확대 개편한다.
‘성심당마이스터클래스’는 2021년 우송정보대와 성심당의 협약으로 개설된 채용 연계형 교육과정이다. 성심당 맞춤형 기술 등 교육과 현장실습을 거쳐 채용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이수자의 90% 이상이 성심당에 취업해 높은 연계율을 보이자, 전문 인재 양성 체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정규 학과 개편이 추진됐다. 올해 입시를 치르는 수험생부터 2년제 ‘성심당과’에 지원할 수 있다.
이러한 형태의 취업 연계형 학과가 등장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에는 ‘미스터피자과’로도 알려진 ‘외식산업미스터피자전공’이 진주보건대에, ‘아웃백스테이크학과’가 영남이공대에 개설됐다. 기업 맞춤형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정직원 채용 기회를 받기도 했으나 현재는 두 곳 모두 폐과됐다.
영남이공대의 ‘박승철헤어과’는 2011년 첫 신입생을 모집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첫 3학기 동안 수업을 듣고 마지막 학기 박승철헤어스투디오 매장에서 현장실습을 받은 다음 졸업과 동시에 초급 디자이너로 채용되는 형태다.
실존하는 것 같지만 유머로 가공된 가짜 학과도 있다. 과거 온라인을 달군 구 삼척대(현 강원대 삼척캠퍼스)의 오징어심리학과와 제주대 감귤포장학과, 연세대 우유배달학과가 대표적이다. SPC그룹의 2년제 사내대학인 ‘SPC식품과학대학’이나 세계 유일의 ‘한국승강기대학교’ 등도 특이한 교육기관으로 자주 언급된다. 제너시스BBQ의 ‘BBQ 치킨대학’은 사내 교육기관으로, 정식 대학교는 아니다.
◆ 현존하는 ‘이색학과’…이름 15자 넘는 학과도 있다
기업 이름을 달지 않은 ‘이색학과’도 눈길을 끈다.
원광디지털대의 ‘얼굴경영학과’는 얼굴과 체형을 통해 사람을 연구하는 학과로, 얼굴에 나타난 유전자와 적성을 읽어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조직 관리와 사회 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개설됐다.
항공분야에 특화돼 있는 한서대에는 ‘헬리콥터조종학과’가 있다. 조종 이론과 모의비행 장치 훈련, 실제 비행 실습 등을 통해 군대를 비롯한 국가기관, 민간 항공사의 헬리콥터 전문 조종사를 양성한다.
2020년 세종사이버대에 신설된 4년제 학사과정 ‘유튜버학과’는 크리에이터가 선호 직업군으로 떠오른 시대상을 반영해 플랫폼 메커니즘과 영상 편집 등을 가르친다.
약 20~30년 전에는 이색학과로 인식됐지만 현재는 주류로 정착한 학과도 있다. 1997년 언론 보도에는 애완동물학과와 경호학과 등이 이색적인 학과로 소개됐다.
애완동물학과는 현재 반려동물과나 동물보건과 등의 이름으로 전국 50여 곳이 넘는 대학에 개설돼 있으며 경호학과도 경찰경호학과, 태권도경호학과 같은 이름으로 흔히 불리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학과 이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명문대와 비명문대의 차이’라며 학과 이름 길이를 비교하는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른바 인서울 대학들이 기계공학부라는 단순한 이름을 쓰고 있는 반면, 스마트시스템소프트웨어공학과, 스마트이동체융합시스템공학부, 기계의용메카트로닉스재료공학부 등 15자 가량이나 되는 학과명이 눈에 띈다.
졸업 후 진로나 기업 맞춤형 직무를 이름에 넣어 취업 경쟁력을 높이고, 학문 간 융합이 늘어나면서 첨단 분야의 특성을 포함하려다 보니 이름이 길어진 것이다.
◆ 이색학과와 계약학과…취업난 맞물려 등장
특색 있는 실용 학과의 등장은 심화한 청년 취업난과 변화한 산업 구조를 반영한다. 최근 청년층 고용 지표에서 고용률은 하락하고 실업률은 상승하는 추세다. 국가데이터처에 지난 6월 기준 청년(15~29세) 고용률은 43.9%로 26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으며, 청년 실업률은 3월부터 6월까지 7%대를 기록했다. 특히 20대 후반 실업률은 전년 대비 1.3%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따라 ‘성심당과’ 같이 기업명을 내세우진 않지만 산업체와 연계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계약학과’도 최근 뜨고 있다.
지난달 29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26년 6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계약학과 학생 수가 1만103명으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 계약학과 수도 같은 기간 1.3% 늘었다.
이 중 입학과 동시에 채용이 확정되는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학생 수가 3126명으로 전년 대비 13.5% 큰 폭으로 증가했다. 채용조건형 중 대표적인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교육부 사업으로 2018년부터 시작돼 현재 18개 대학의 68개 학과가 참여하고 있다.
대학과 정부가 졸업 후 즉시 취업으로 직결되는 맞춤형 학과를 신설하고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이유다. 교육계는 대학과 기업이 함께 교육과 채용을 연계하는 학과가 지방대 경쟁력을 높이는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고 평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