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세포성장 켜는 ‘분자 스위치’ 발견…차세대 항암제 개발 기대

KAIST 연구팀, ‘영양신호→성장신호’ 분자 메커니즘 규명
암세포 증식 초기 단계만 선택적 차단…새 항암제 개발 기대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분자 수준에서세포가 영양분을 감지해 성장 신호를 켜는 과정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이를 활용해 암세포의 성장 신호가 시작되는 초기 단계만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새로운 항암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국내 연구진이 세포가 영양 상태를 감지해 성장 신호를 활성화하는 핵심 원리를 규명했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국내 연구진이 세포가 영양 상태를 감지해 성장 신호를 활성화하는 핵심 원리를 규명했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화학과 박희성·강진영 교수 연구팀이 연세대 김성훈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세포의 영양신호가 성장신호로 전환되는 분자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사람의 세포는 주변에 아미노산(단백질을 만드는 기본 재료)과 같은 영양분이 충분한지를 끊임없이 확인한 뒤 성장과 단백질 합성, 에너지 대사를 조절한다. 이때 핵심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mTORC1’이다. 

 

mTORC1은 영양분이 충분할 때 세포성장과 단백질합성을 촉진 하지만,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암세포 증식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세포가 영양 상태를 어떻게 감지해 mTORC1을 활성화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여러 효소가 모여 있는 ‘다중 아미노아실-tRNA 합성효소 복합체(MSC)’에 주목했다.

 

MSC는 기존에 단순히 단백질 합성을 돕는 구조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세포의 영양 상태를 감지해 성장 신호를 전달하는 ‘관제센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에서 확인했다.

연구이미지(AI 생성).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이미지(AI 생성).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핵심은 MSC 내부의 LARS1 단백질이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평소에는 LARS1이 IARS1과 결합한 채 MSC 안에 머물러 있어 성장 신호가 켜지지 않는다. 그러나 영양분이 충분해지면 LARS1에 ‘인산화’라는 분자 변화가 일어나 IARS1과 분리되고, MSC 밖으로 이동해 mTORC1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극저온 전자현미경(Cryo-EM)을 이용해 두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한 결과, LARS1의 특정 부위 세 곳이 동시에 인산화될 때 결합력이 크게 약해지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이 상태를 모방한 변이 단백질을 제작한 결과 mTORC1 활성이 크게 증가했으며, 세 부위가 모두 인산화된 경우 가장 강한 활성을 보였다.

 

이는 LARS1의 다중 인산화가 영양 신호를 세포 성장 신호로 바꾸는 핵심 분자 스위치임을 입증한 결과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를 공항에 비유했다. MSC가 관제센터라면 LARS1은 출동 명령을 받은 요원이다. 평소에는 관제센터 안에서 대기하다가 영양분이 충분해지면 출동 신호를 받고 밖으로 이동해 성장 스위치(mTORC1)를 켠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새로운 항암제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일부 항암제는 mTORC1 자체를 직접 억제하기 때문에 정상 세포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LARS1이나 이를 조절하는 효소를 표적으로 삼으면 성장 신호가 시작되는 초기 단계만 선택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 부작용을 줄인 차세대 항암제 개발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강진영 교수는 “영양 신호가 세포 성장 신호로 전환되는 과정을 구조적으로 규명했다”고 말했다.

 

박희성 교수는 “세포의 영양 감지와 성장 신호 활성화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만큼 차세대 항암제 개발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지난달 11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