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올해 말 한·메르코수르(Mercosur·남미공동시장) 무역협정(TA) 협상 재개를 발표하기 위한 한·브라질 양자 간 실무그룹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양 정상은 140분간 이어진 소인수·확대회담뿐 아니라 친교 오찬, 문화공연 관람, 환영 리셉션 등 여러 일정을 함께하며 소년공 출신 대통령으로서의 각별한 유대감을 더욱 돈독히 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이 대통령과 룰라 대통령 간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해 서면브리핑을 내고 “양 정상은 국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과 메르코수르 간 무역협정 협상이 양국 경제협력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핵심 기반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올해 12월 제69차 메르코수르 정상회의를 계기로 협상 재개를 발표하기 위해 무역 기회와 민감성을 분석하는 한·브라질 양자 실무그룹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강 수석대변인은 또 “양 정상은 브라질의 풍부한 핵심광물 자원과 한국의 첨단산업·기술 역량을 연계해 희토류 등 핵심광물 공급망 전 주기에 걸친 호혜적 협력을 확대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정부 간 협력 채널 구축과 기업 간 협력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직후 진행된 공동언론발표에서 “저와 룰라 대통령은 오늘 회담을 통해 2026년을 ‘한·브라질 전략적 동반자 관계’ 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지난 2월 ‘4개년 행동계획’에 이어 공동성명을 채택하며 양국 협력의 미래 비전을 더욱 구체화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월 룰라 대통령의 국빈 방한 당시 양 정상은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뜻을 모은 바 있다.
◆李 “룰라와 각별한 경험 공유”
정상회담에 앞서 마련된 공식환영식에서 마주한 두 소년공 출신 대통령은 오랜 친구를 만난 듯 환한 웃음을 지으며 포옹했다. 지난 6월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약 한 달 만에 재회한 이 대통령과 룰라 대통령은 서로의 등을 두드리며 변함없는 우정을 확인했다. 이 대통령 부부는 이어 국가 연주와 의장대·군악대·기마대의 도열을 지켜보며 국빈 방문에 걸맞은 환영을 받은 뒤 정상회담을 위해 브라질리아 대통령궁 내부로 들어섰다.
이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과 자신이 유사한 삶의 궤적을 지닌 점을 강조하며 친분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룰라 대통령과 저는 각별한 경험을 공유했다. 룰라 대통령의 왼쪽 손가락이 하나 없는 것처럼 저도 어린 시절에 공장에서 일하다가 왼손을 다쳤다”며 “왼팔을 다쳐서 현재 장애를 갖고 있지만 이것이 삶이나 또 세상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고, 더욱 압도적인 수의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된다는 그 의무감을 언제나 생각하게 한다”고 언급했다. 두 정상은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뒤 재차 포옹했고, 룰라 대통령의 제안으로 손가락 하트를 만들고 환히 웃으며 기념 촬영을 했다.
이 대통령 부부는 이날 브라질리아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룰라 대통령 부부가 준비한 문화공연을 함께 관람했다. 공연은 한국과 브라질 출신 예술가들의 협연으로 구성됐다.
강 수석대변인은 “우리 귀에 친숙한 브라질의 명곡 ‘이파네마의 소녀’와 브라질 국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곡이라는 ‘3월의 빗물’, 풍요와 새출발을 상징하는 ‘비야 내려라’, 우산을 함께 쓰고 동행한다는 의미를 담은 ‘나의 우산’ 등을 통해 브라질의 문화적 자부심과 따뜻한 환대를 전하고, 두 나라의 우정과 연대를 기원하는 뜻깊은 무대가 펼쳐졌다”고 설명했다.
또 2023년부터 상파울루 시립극장 시립합창단의 솔리스트 겸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다니엘 리가 공연 중간 한국 가요인 ‘상록수’를 독창해 한국과 브라질 양국 청중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고 강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룰라 대통령 부부는 이날 리셉션 장소로 브라질 외교부 이타마라치궁을 선정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이타마라치궁에 대해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오스카 니어마이어가 설계한 브라질 현대건축의 대표작이자 외교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룰라 대통령 내외는 지난 2월 방한 당시 한국 정부와 국민으로부터 받은 따뜻한 환대에 보답하고 싶었다는 뜻을 거듭 전했다”며 “먼 길을 찾아준 이 대통령 부부와 한국 대표단에 대한 환영과 감사의 마음도 다시 한번 전했다”고 밝혔다.
◆李, 브라질 경제 중심지 상파울루로
이 대통령은 브라질리아에서의 친교 일정을 마친 뒤 브라질의 경제·금융 중심지인 상파울루로 이동했다. 이 대통령은 27일 구아룰류스 국제공항을 통해 상파울루에 도착한 뒤 28일 동포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상파울루에는 약 5만명 규모의 한인사회가 형성돼 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한국과 브라질 경제인들의 만남을 주선했다. 행사에는 남미 시장에 진출한 우리 기업 총수들이 대거 참석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류재철 LG전자 사장,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 문재영 HD건설기계 사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김종출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이상목 아모레퍼시픽 사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계기로 양국 경제인들은 핵심광물과 농·수·축산물, 제조·인프라, 방산,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소비재·유통 등 경제·산업 전반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룰라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밝힌 대로 과거 룰라 대통령이 일했던 상파울루 금속노동조합도 방문했다.
이런 가운데 한성숙 국무총리는 28일 이 대통령을 대신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관계 부처에 “대통령 순방 성과가 국민과 기업이 체감하는 변화로 빠르게 연결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남미 자원 부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서 핵심광물과 에너지 등 필수 자원의 공급망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