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행(敢行)은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실행하는 겁니다. 혹자는 ‘속도가 빠르지 않으냐’고 하는데 ‘교권보호국’은 이재명 대통령 후보 미래교육자치위원장으로 일하면서 결심했던 것이고, ‘폰 프리 스쿨’(스마트폰 없는 학교) 역시 미국에 교환교수로 가 있을 때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입니다. 오랜 기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일하며 고민했던 것으로, 이를 놓고 다시 여론을 모으는 과정을 거치는 건 유용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28일 오전 경기 수원시 광교의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취임 한 달째를 맞은 안민석 교육감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담담하게 화두를 던졌다. 최근 교육계에 찬반여론을 몰고 온 교권보호 조직 신설과 스마트폰으로부터 자유로운 학교 만들기가 질의 테이블에 올랐다.
◆교원·의사·변호사·경찰·특수부대 출신 몰려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로 타들어 가던 교단을 살리기 위해 출범한 ‘교권보호단’과 ‘교권보호전담관’ 모집에는 무려 1390여명의 인재가 몰렸다고 전했다. 교사를 홀로 외로운 법정 싸움에 내몰지 않고, 사건 발생부터 해결까지 밀착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지원자들의 면면은 다양했다. 우선 예정대로 50명을 선발한 뒤 교원·의사·변호사·경찰·특수부대 출신 등 양질의 인력을 중심으로 시민보호단 형태로 인재풀을 구성하기로 했다. 선발 기한도 애초 이달 31일에서 내달 10일로 늘렸다.
안 교육감은 “주변에서 교육감이 직접 단장을 맡는다는 걸 만류하더라. 그만큼 책임지겠다는 뜻이었다”며 “교권보호국을 출범하는 데는 5∼6개월이 걸려 교권보호단 형태로 출범했다”고 설명했다.
취임과 함께 악성 민원 가해 학부모들을 교육감이 직접 고발하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교권 확립 의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그러면서 2건의 사례를 들었다.
안 교육감은 “남학생이 여학생을 추행했으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어 피해 여학생이 오히려 고소당했다”며 “이 사건에 대해선 교육청이 나서 변호인단을 꾸린 뒤 교육감이 가해자 측을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기남부경찰청장을 만나 협조를 구하고, 피해 여학생에겐 후견인을 지정하기로 했다.
또 “2명의 담임과 1명의 기간제 교사를 휴직·사직으로 내몬 가해 학부모에 대해선 교육청 차원에서 처벌 절차를 밟기로 했다”며 “가해 학부모가 고소 취하와 사과 의사를 밝혔으나 피해 교원들이 화해를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1호 결재인 ‘폰 프리 스쿨’을 두고 정부가 정책 수용을 위한 검토에 들어간 것도 현장의 갈증을 읽어낸 결과다. 이를 교육부가 국가 정책으로 수용하면 전국으로 확산된다. 그는 “절대 강압적으로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악성 민원 2건 시범 대응…“변호인단 꾸려”
이날 간담회에선 깜짝 발표도 나왔다. 교육감 고유 권한이자 기득권으로 꼽히던 지역교육장 임명권을 내려놓으며 도입한 ‘지역추천 교육장 공모제’의 첫 임용예정자 명단이 공개된 것이다.
11개 시·군의 9월1일자 임용예정자는 △수원 김혜리(도교육청 진로직업교육과장) △성남 이상철(성남장안초 교장) △고양 강현주(성남교육지원청 교육국장) △화성오산 김영기(평택교육지원청 교육국장) △시흥 김병산(시흥교육지원청 교육국장) △의정부 김규수(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 교육국장) △동두천양주 강정수(파양초 교장) △김포 권성규(안양과천교육지원청 교육국장) △연천 이문구(도교육청 초등교육과장) △포천 류귀열(포천교육지원청 교육과장) △안성 김범진(용머리초 교장) 등 11명이다. 적임자를 추가 검토하기로 한 여주교육지원청은 현 교육장을 유임했다.
이번 공모제는 관행적 순환 보직에서 벗어나 교직원·학부모·주민 등 지역 교육공동체가 교육장 후보를 심사하고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2개 시범 운영 지역에 총 40명이 응모해 평균 3.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안 교육감은 “지역을 잘 모르는 인사가 임명돼 현황 파악에 시간을 허비하던 악순환을 끊어냈다”며 “교육감이 인사권을 지역사회에 돌려드린 새로운 교육자치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도교육청은 미비점을 보완해 내년 새 학기부터 도내 25개 모든 교육지원청으로 제도를 확대할 방침이다.
권력을 거머쥐는 법은 쉽지만, 거머쥔 권력을 현장에 나눠주는 법은 어렵다. 경기도는 한국 교육의 축소판이자 가장 복잡한 방정식을 가진 땅이다. 그동안 25개 시·군 교육지원청을 이끄는 교육장 자리는 ‘교육의 꽃’이자 절대적 인사권의 상징이었다. 지역 사정을 모르는 남부 출신 인사가 북부 교육장으로, 북부 출신이 남부로 배치돼 현황 파악에만 꼬박 1년을 보내기 일쑤였다. 권한과 책임이 표류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한계였다.
◆2% 부족한 간담회…향후 정책 손질 필요
이번 선발 과정에서 화성오산교육지원청 심사에 앳된 중학생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사실이 알려져 이목이 쏠렸다. 참여민주주의 확산으로 볼지, 과용일지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안 교육감은 “어른들이 학생을 깔봐선 안 된다.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있다”면서도 “전문가에게 맡겨 (심사를) 설계했고 왜 이렇게 설계했을까 아쉬움을 가졌는데 (제가) 보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입 여건 악화에 따른 정책 수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중학교 1학년 신입생에게 100만원 상당의 펀드를 지원하는 공약 ‘청소년 씨앗교육펀드’는 추진 시기가 순연될 전망이다. 연간 1200억원에 달하는 예산 마련을 위해 도 및 시·군과의 재정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도의 심각한 재정난과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움직임이라는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안 교육감은 “재정적 변수를 고려해 보다 신중하게 사업을 검토하겠다”며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안 교육감은 간담회 도중 독서·예술문화·스포츠를 강조한 ‘RAS 교육’ 등 디지털디톡스를 강조하면서도 인공지능(AI) 활용 교육에 무게를 둬 향후 정책 실행과정에서 교통정리의 필요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기교육 대전환을 꾀하는 벽깨기 행정이 가져올 변화에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방증한 셈이다.
이날 간담회에선 경기 북부 교육 자치 강화를 위한 행보도 강조됐다. 도교육청은 오는 9월 임용될 제2부교육감을 ‘북부 교육사령관’으로 규정하고 학군 조정 등 북부 현안 전반에 관한 실질적 권한을 위임할 계획이다. 공모제로 진행되는 제2부교육감 선발 과정에는 도민 면접 참관단 의견을 반영하는 등 주민 참여 폭을 넓히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