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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친족 특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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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오랜 법관념 중 하나로 ‘친친상위(親親相爲)’가 있다. 부모와 자식, 부부 등 가까운 친족 간에는 서로의 범죄를 덮어주고 숨겨주는 것이 인륜과 도리에 부합한다는 사상이다. 조선 시대 형법인 ‘경국대전’이나 ‘대전회통’에도 친족 간의 고발을 엄격히 금지하고, 서로 감싸주는 행위를 형벌에서 면제하거나 감경해주는 조항이 명시돼 있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인지상정을 법이 무리하게 가로막을 수 없다는 ‘인간적인 배려’였던 셈이다.

현행 형법은 범인의 친족이 범인을 은닉시키거나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를 할 때 처벌을 면제해주는 친족 특례를 두고 있다. 현재 친족은 민법상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로 규정돼 있다. 1953년 형법 제정 당시부터 규정된 친족 특례는 범인의 친족까지 범법자로 만들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일본도 친족 특례를 두되, 판사에게 판단 권한을 넘겼다. 반면 영미권은 엄격하다. 가족이라도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거나 증거를 인멸하면 사법방해죄로 다스린다. 프랑스는 친족을 숨겨주는 행위만 처벌을 면제하고, 증거를 적극 인멸할 땐 친족이라도 처벌한다.

최근 이 제도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의 범행 핵심 증거를 인멸한 현직 경찰 중간 간부 아버지, 담임교사의 신체 일부를 불법촬영한 혐의를 받는 10대 아들의 휴대전화를 부순 경찰관 등의 사례가 잇따라 드러나서다. 범죄를 단속하고 법을 집행해야 할 경찰관마저 제 자식의 범죄를 덮기 위해 증거를 훼손하고도 ‘친족’이란 이유로 형사처벌을 피해 가는 건 공정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크다. 유사한 취지로 가족 간 절도, 사기 등 재산 범죄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을 면제해주던 ‘친족상도례’ 규정은 2024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아 적용이 중지됐다. 방송인 박수홍 가족 사건의 결과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최근 “친족 특례에 개선할 부분은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도 “현행법처럼 모든 경우에 필요적 형면제를 인정하는 방식이 적절한지는 입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친족 범위는 축소하고 중범죄의 증거인멸은 처벌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