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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살림남… 앞치마 두른 독거노인들 “살맛납니다” [밀착취재]

생명숲100세힐링센터 ‘웃음꽃’

복지관서 요리 배우며 자립력 키워
전국 15곳에 5957명 지원 큰 인기
만든 음식은 더 어려운 이웃 전달
참가자 “친구도 만들고 보람 느껴”

“크게 깍둑 썰어주세요 크게! 깍둑!”

 

28일 오후 경기 동두천시노인복지관 조리실에 모인 남성 노인 11명이 간장찜닭 만들기에 집중했다. 이들은 익숙한 듯 앞치마와 두건을 두르고 요리를 시작했지만 이내 손이 떨리면서 곳곳에서 식재료를 놓쳤다. 함께 조를 이룬 옆자리 노인이 이를 주워주며 돕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잘린 오이는 균일하지 않았고 감자는 패어 있었지만 참가자들은 진지했다. 학생들의 귀가 어두운 탓에 강사는 두세 번씩 조리법을 외쳤다.

 

정성껏 식재료 손질 28일 경기 동두천시노인복지관 조리실에서 열린 생명숲100세힐링센터 요리교실에 참여한 남성 독거노인들이 식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정성껏 식재료 손질 28일 경기 동두천시노인복지관 조리실에서 열린 생명숲100세힐링센터 요리교실에 참여한 남성 독거노인들이 식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신철식(79)씨는 “혼자 요리를 해 보면 간이 안 맞아 다 버렸다”며 “돈도 아깝고 속상한 마음에 요리교실을 찾았다”고 말했다. 신씨는 아내와 이혼한 후 20년 동안 혼자 지내고 있다. 요리교실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남성 독거노인들로 혼자 지내는 일에는 적응됐지만 음식을 하거나 살림은 여전히 버겁다고 했다. 활동 참여자 중 최고령자인 박모(82)씨는 “수년 전 아내 간병할 때나 밥상을 차렸다”며 “혼자 있으면서 밥에 김치나 두고 먹는다”고 말했다. 김종명(76)씨는 “복지관에서 바둑만 두고 지내면서 대충 밥을 해먹었는데 정식으로 요리해 보니 재미있다”고 했다.

 

이날 완성된 음식은 저소득이거나 건강상의 이유로 외출이 어려운 이들에게 전달됐다. 남성 독거노인들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의 혜택이 흘러가는 ‘나눔의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몇 해 전 요리교실에 참여했던 박영웅(85)씨는 현재는 거동이 불편해져 참여자들이 만든 음식을 받았다. 30여년 전 아내와 사별한 뒤 혼자 살고 있는 박씨는 “백내장으로 눈이 침침해지고 행동이 느려져 칼질을 못 한다”고 말했다. 

 

이날 활동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주관하는 생명숲100세힐링센터 활동의 일환이다. 남성 독거노인들이 요리와 집 정리 등 살림을 배우고, 취미와 운동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립 역량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재단은 전국 15곳 복지관 등에 전용공간을 조성해 저소득층 남성 독거노인 총 5957명을 지원했다. 참여자들이 만든 음식은 아동, 장애인, 저소득층 관련 기관 18곳으로 전달됐다.

 

혼자 사는 중장년 남성의 고립상태는 모든 연령과 성별에서 특히 심각하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중 81.7%가 남성으로, 여성보다 약 5배 이상 높았다. 연령별로는 60대 32.4%, 50대 30.5%, 40대 13.0%로 중장년층이 많았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동안 연령대별 인구 10만명당 고독사 사망자 수는 60대, 50대, 70대, 80대 이상 순으로 많았다. 2024년 60대 남성 고독사 사망자는 1089명이었고, 50대 남성은 1028명으로 전체 3924명의 과반을 차지했다.

 

복지부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중장년 자조모임 등 사회관계망이 생명숲100세힐링센터를 통해 자체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가족과 사별하고 혼자 살면서 우울증을 앓았던 김흥식(70)씨는 “100세 힐링센터 참가자와 수료자 50여명이 모인 자조모임을 만들어 텃밭도 가꾸어가고 있다”며 “처음엔 서로 쳐다보지도 않았던 복지관 노인들이 모임활동을 통해 친구도 만들고 여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