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일하는 직고용 외국인 근로자 200여명이 최근 민주노총에 집단 가입했다. 스리랑카, 베트남, 네팔 등 국적도 다양하다.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을 찾은 근로자들이 한꺼번에 노조의 문을 두드린 일은 이례적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민주노총 가입 계기는 회사가 새 근로계약을 제시하면서 비롯됐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말 직고용 외국인 근로자 1600여명을 대상으로 새 계약서를 내놨다. 기본급을 월 17만∼20만원가량 낮추는 대신 월 30시간 연장근로를 전제로 고정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고 성과차등임금제를 도입하자는 내용이다. 매월 21만원이던 외국인 근로자 식비 공제를 없애고 대신 식사를 무료 제공하는 방안도 내놨다. 회사는 외국인 근로자의 전체 실수령액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이 받아들인 계약서 무게는 달랐다. 기본급은 연장근로수당과 퇴직금 등 각종 통상임금의 산정 기준이다. 당장 받는 돈이 늘더라도 기본급 삭감에 대한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연장근로와 성과평가를 전제로 임금이 보전된다면 더 오래 일해야 기존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노조는 사측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계약 해지나 본국 송환 등을 이유로 겁박한 결과물이라고 주장한다. 논란이 커지자 HD현대중공업은 기존에 공제한 식비를 돌려주고 성과급을 평가와 관계없이 균등 지급하는 내용의 보완책을 제시했다.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연일 펄펄 끓는 아스팔트 집회에 나선 데 이어 결국 200여명이 민주노총 사내하청지회에 가입한 배경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근로계약서는 체류 자격과 직결돼 있어 무겁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회사와의 관계가 틀어지면 한국에서 계속 일할 수 있을지까지 걱정해야 한다. 이들은 E-7-3 비자로 입국해 용접, 도장, 배관 등 선박 건조의 핵심 공정을 담당한다. 조선소 현장을 실제로 떠받치는 근로자들이다. 필요할 때는 핵심 인력이라 부르면서 계약 과정에서는 일방적으로 따라야 하는 노동력으로 여긴다면 신뢰는 쌓일 수가 없다.
가족 생계를 챙기는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동남아 출신 근로자로서 ‘코리안드림’을 꿈꾸고 한국에 왔는데 여전히 2등 시민에 머물고 있다는 체념이 반영돼 있을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민주노총 가입은 이들이 더 이상 한국의 ‘잉여 노동력’으로 남지 않겠다는 선언 같다. 이들을 부족한 인원을 메우기 위해 잠시 데려오는 사람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같은 작업복을 입은 동료로 대할 것인가. 외국인 노동력에 의존하는 우리 산업 전체가 답해야 할 질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