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폭염 재난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리고 범정부 대응에 나섰지만 폭염 취약계층은 여전히 야외활동과 실외작업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와 영세사업장 노동자, 폐지수집 노인 등은 생계를 위해 뙤약볕으로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 최대 산업단지인 남동국가산업단지가 대표적이다. 기계·금속·전자업체가 밀집한 이곳은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기까지 더해져 노동자들이 극심한 더위에 노출돼 있다. 특히 소규모 공장들이 밀집해 있어 근로여건은 좋지 않고 저임금·고령화 인력의 비중마저 높다.
금속부품가공업체에서 용접을 담당하던 한 직원은 29일 “더운 날씨에 기계 열이 더해지면서 철판 위 작업대는 종일 후끈거리기 일쑤”라고 말했다. 그는 “바닥에서는 복사열이 올라와 종일 땀에 젖은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하소연했다. 연신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던 그는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는 선풍기에서도 그냥 뜨거운 바람이 나올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밭일을 마친 뒤 숨지는 상황도 발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낮 최고기온이 33.7도에 달했던 지난 25일 전남광주 해남군 한 밭길에서 태국 국적의 30대 A씨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그는 밭에서 일하던 중 어지럼증을 호소한 뒤 휴식을 위해 숙소로 향하던 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A씨뿐만이 아니다. 고령층이 많은 농촌에서는 인명피해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 26일 전북 완주군의 한 밭에서는 100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체온은 42.2도에 달했다.
도심 노동현장도 마찬가지다. 정부 대책이 야외활동과 실외작업에 집중되면서 고온의 실내 작업장이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마루노동조합 등은 이날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염대책 대상에 실내 마감공정 포함, 폭염 예방장치 의무 지급, 휴식시간 부여 의무화 등 실내공정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 노동자는 낮 최고기온이 38도 이상이어도 밀폐 공간에서 장시간 일해야 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이 발표한 ‘폭염안전 5대 기본수칙’에는 시원한 물 제공, 냉방장치 설치 및 가동, 최소 휴게시간 보장 등에 대한 구체적 지침이 없는 실정이다.
현장 증언에 나선 마루시공 노동자 서종근씨는 “현장에선 물 한 병 주지 않고 씻을 공간도 없다”며 “온열질환 증상도 거의 매일 겪는다. 마스크를 끼고 일하다 보면 숨이 막히는데, 그라인더 작업 중에 그러면 아찔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안전모 강요가 노동자 체온을 높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미소 노무사는 “사측은 착용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하니 노동자들은 고온인 상태로 땀범벅이 된 채 그라인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폭염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충북도는 폭염특별교부세를 활용해 야외 근로자와 노인 등에 대해 부채와 쿨토시 등 온열 예방 물품을 지급했다. 대구시는 배달종사자, 택배기사, 대리기사 등 온열질환 위험에 노출된 이동노동자들을 위해 ‘편의점 연계형 쉼터’ 100곳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는 ‘노동안전지킴이’ 112명을 활용해 야외 노동자들의 휴식시간 보장 여부와 현장 휴게시설의 에어컨 가동 상태 등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