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이 검찰개혁의 마지막 입법 과제로 추진해 온 ‘보완수사권 폐지법안’(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은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30일 본회의 상정을 위한 절차를 마쳤다.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위원회 회부와 회의장 항의 방문으로 저지에 나섰지만 범여권의 수적 우위를 넘지 못했다. 법원이 공소를 기각할 수 있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조항까지 포함되면서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에 영향을 주기 위한 입법인지를 둘러싼 공방도 격화했다.
◆“오욕의 檢 사라져” vs “민주당의 전당”
이날 법사위에서는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없앤 뒤 경찰 수사의 부실과 지연을 어떻게 통제할지를 놓고 여야가 정면충돌했다. 보완수사권 존치를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힘은 개정안이 전체회의에 상정되자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신청했지만, 범여권 의원 4명의 찬성으로 약 90분 만에 심사가 끝났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보완수사권 범죄 피해자 마지막 희망’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법사위 회의장을 항의 방문했다. 박형수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는 “모든 범죄사건 피해자들이 보완수사권 폐지를 반대하고 있는데 왜 강행 처리하느냐”며 “폐지를 먼저 정해놓고 나머지를 보완하려 하니 별의별 희한한 것들이 들어오고 서로 맞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곽규택 의원은 “논의 과정을 보면 국회가 민의의 전당이 아니라 ‘민주당의 전당’”이라며 “검찰을 악마화하려는 강성 지지층의 의견만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결국 표결 직전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개정안은 형사소송법상 검사를 수사 주체로 규정한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보완수사요구권의 이행 절차를 강화했다.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경찰은 원칙적으로 1개월 안에 이행하고,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한 차례 1개월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하도록 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권은 고소인과 피해자뿐 아니라 고발인에게도 부여했다. 사건 기록 열람·등사권을 보장하고 증거기록과 간접사실, 양형자료 등을 전자화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보관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범여권은 보완수사요구권과 재수사·시정조치 요구 등을 통해 경찰 수사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맞섰다. 김승원 민주당 간사는 “현행보다 국민의 기본권을 훨씬 두텁게 보호하는 굉장히 진일보한 형사소송법”이라며 “지금까지 범죄자가 웃고 국민을 울게 한 것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집중된 검찰이었다”고 주장했다.
법안 통과 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이제 오욕의 검찰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고 선언했다. 김승원 의원도 “70년 만에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했다”며 “이번 개정안을 ‘형사사법 정상화법’으로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김용민 의원은 “1954년 친일 경찰의 힘이 너무 강해 검찰에 임시로 맡겼던 수사권을 돌려놓는 데 72년이 걸렸다”며 “검찰에 권한이 집중돼 검찰 파쇼가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경찰의 수사권 독점 우려에는 “국가수사본부와 중대범죄수사청, 공수처, 특별사법경찰 등으로 수사권이 분산돼 있다”고 반박했다.
◆공소기각 놓고 ‘재판 지우기’ 공방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법원이 공소기각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조항이 포함되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형사소송법 제327조에 ‘중대한 위법수사에 기해 공소가 제기됐을 때’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됐을 때’를 공소기각 사유로 규정한 것이다.
야권은 ‘중대한 위법’과 ‘현저한 일탈’의 판단 기준이 모호한 데다 현재 진행 중인 이 대통령 관련 재판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이 대통령 사건에 붙여온 ‘조작수사·조작기소’ 주장을 그대로 법조문에 옮긴 것”이라며 “실체적 판단 없이 재판 자체를 끝낼 별도의 길을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이날 국회 토론회에서 “민주당이 흉한 것을 형사소송법에 끼워 넣었다”며 “공소취소가 플랜A, 연임 개헌이 플랜B, 공소기각이 플랜C”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소취소는 1심 판결 전까지만 가능하지만 공소기각 판결은 이후에도 가능하다”며 법원이 공소를 기각하도록 우회로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범여권은 공소기각 사유를 새로 확대한 것이 아니라 현행 조항과 대법원 판례에서 인정된 공소권 남용 법리를 구체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확대’라는 표현부터 틀렸다”며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이미 있는 공소기각 사유의 요건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도 “제가 발의한 법안에 처음부터 포함돼 있었고 법안소위에서 충실하게 심사했다”며 “공소권 남용으로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진 사례를 분석해 요건을 세부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소취소는 검사가 하는 것이고 공소기각 판결은 법원이 하는 전혀 다른 제도”라며 야권의 ‘재판 지우기’ 주장을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