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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비굴해져야 한다”, 35억 빌딩 매입한 권성준 셰프의 자산 증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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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표 없던 흑수저 요리사의 반란, 거액의 빌딩 뒤에 숨겨진 실리주의

넷플릭스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최종 우승을 거머쥔 권성준 셰프가 최근 서울 중구 신당동에 35억원 상당의 빌딩을 매입한 사실이 알려져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흑수저’ 요리사에서 빌딩의 주인이 되기까지, 35억원이라는 거액의 실물 자산을 거머쥔 그의 행보는 낭만이나 우연과는 거리가 멀다. 주방에서 한 푼 두 푼 악착같이 종잣돈을 모으고, 때로는 자존심을 내려놓으면서까지 이익을 챙기는 그의 현실적인 자산 증식 과정은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뼈아픈 자극을 안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환호 속에서도 단 한 순간도 긴장의 고비를 놓지 않던 주방의 최전선.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화면 캡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환호 속에서도 단 한 순간도 긴장의 고비를 놓지 않던 주방의 최전선.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화면 캡처

권 셰프는 올해 초 서울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빌딩을 33억원에 매입했다. 취득세 등 부대비용을 포함해 실제 총 비용은 35억원에 달한다. 대중의 시선에는 일약 스타덤에 오른 셰프의 막대한 부의 축적으로 비칠 수 있으나, 본인의 입장은 상반된다. 그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돈이 많아서 산 것이 아니라 무리해서 매입했다”며 “자금이 어느 정도 있긴 했지만, 오랜 기간 아껴가며 모은 돈으로 산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그의 알뜰한 면모는 일상적인 소통 속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난다. 유튜브 채널 ‘밥은영’에 출연한 그는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 비하인드를 전하며 자신만의 생존 전략을 공개했다. 명품 브랜드와 제휴할 때마다 당당하게 상품을 요구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만약 상품을 주지 않는 브랜드가 있다면 과거 자신에게 물건을 챙겨주었던 다른 브랜드의 사례를 언급하며 실속을 챙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를 지켜보던 동료 셰프 박은영이 “너처럼 살아야 건물주가 되는구나”라며 감탄을 표하자, 그는 “때로는 비굴해져야 한다”며 웃어넘겼다. 체면을 차리기보다 실리를 택하는 이 태도는 그가 자산을 지키고 불릴 줄 아는 명석한 사업가임을 증명한다.

체면보다 실리를 챙기는 냉철한 비즈니스 감각 뒤에 숨겨진 유쾌하고 솔직한 입담의 여유.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화면 캡처
체면보다 실리를 챙기는 냉철한 비즈니스 감각 뒤에 숨겨진 유쾌하고 솔직한 입담의 여유.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화면 캡처

이러한 면밀한 경제 관념과 생활력은 그의 다채로운 인생 이력과 맞물려 있다. 1995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원래 간호사를 꿈꿨으나 수능 성적에 따라 요리의 길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유튜브를 통해 고든 램지의 영상을 접하고 깊은 감명을 받아 하루에 8시간에서 10시간씩 요리 공부에 매진했다. 신한대학교 호텔조리학을 전공한 뒤 이탈리아의 유명 요리학교 알마(ALMA)에서 단기 코스를 수료했고, 이탈리아 북부와 남부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하루 16시간씩 주 100시간 이상을 일하며 혹독한 현장 경력을 쌓았다. 타국에서 보낸 1년 반 동안의 시간은 그에게 기교가 아닌 처절한 현장의 생존법을 각인시켰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청담동 등 미식의 중심지에서 내공을 다진 뒤 2021년 연남동에 자신의 레스토랑인 ‘비아 톨레도 파스타바’를 오픈했다. 이후 현재의 위치인 용산으로 이전하였으며 최근에는 신당동으로 확장이전을 준비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흑백요리사 우승 이후 식당 예약이 폭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음식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오히려 테이블 수를 줄이고 소수의 예약제만을 고수하는 고집을 보였다. 특히 예약권 암표 거래에 대해서는 중국인 되팔이를 직접 차단하는 등 단호한 대응을 펼치며 브랜드의 가치를 지켜냈다.

대중적 인기에 기류를 타기보다 일정한 예약 원칙과 음식의 품격을 지키기 위해 고수해 온 장인 정신. 권성준 SNS
대중적 인기에 기류를 타기보다 일정한 예약 원칙과 음식의 품격을 지키기 위해 고수해 온 장인 정신. 권성준 SNS

방송계에서의 행보 또한 남다르다. 우승 상금 3억원을 받자마자 나태해질 것을 우려해 곧바로 가게와 가까운 곳에 전셋집을 구하는 등 엄격한 자기관리를 보여주었다. 방송 이후 쏟아지는 러브콜을 뒤로하고 본업인 파스타바 주방을 묵묵히 지키는 데 집중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광고와 제휴에 있어서도 대중적 인기에만 기대지 않고 롯데리아, 푸라닭 등과의 협업을 통해 자신만의 레시피 철학을 녹여내며 성공 타율을 높여왔다. 사생활에서는 유기묘들을 반려묘로 거두어 키우고 평소 술과 담배, 게임을 멀리하며 일상의 지침을 지키는 등 실속파 경영인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타이틀의 무게감을 내려놓고, 자신만의 명확한 보폭으로 내실을 다져가는 냉정한 승부사의 사색. 권성준 SNS
타이틀의 무게감을 내려놓고, 자신만의 명확한 보폭으로 내실을 다져가는 냉정한 승부사의 사색. 권성준 SNS

뜨거운 열기가 사라진 주방의 뒤편에서 냉정한 계산법으로 매 순간 치열하게 움직이는 권성준 셰프의 분투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때로는 비굴해져야 한다”는 그의 유머 섞인 고백은 세간의 평가나 겉치레보다 자신의 삶과 자산을 지키는 실질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내면의 표현이다. 35억원의 빌딩은 우연히 주어진 행운이 아니라, 거친 현장에서 악착같이 버텨낸 시간과 철저한 자기 통제가 쌓여 만들어낸 온전한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