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최초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은 왕훙(王虹·35) 미국 뉴욕대(NYU) 및 프랑스 고등과학연구원(IHES) 교수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그의 삶을 소개한 고향 지역신문까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정가 1.35위안(약 289원)인 신문은 온라인에서 최고 99위안(2만12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29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광시좡족자치구위원회 기관지인 광시일보가 왕 교수의 이야기를 1면에 게재한 지난 25일자 신문은 발행 직후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며 수집품으로 떠올랐다. 광시일보는 구매 문의가 쇄도하자 해당 신문을 추가 인쇄해 온라인으로 판매하기로 했다. 광시일보의 평소 발행 부수는 약 25만부로 알려졌지만, 당시 신문이 몇 부 판매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일부 되팔이들은 정가보다 73배 이상 비싼 99위안에 신문을 내놓기도 했다.
광시 구이린 출신인 왕 교수는 지난 23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국제수학자대회(ICM) 개막식에서 베이징대 동기인 덩위(鄧煜·37) 미국 시카고대 교수와 나란히 필즈상을 받았다. 필즈상 90년 역사상 중국 국적자가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필즈상은 국제수학연맹(IMU)이 4년마다 열리는 ICM에서 만 40세 이하 수학자 2∼4명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올해는 왕 교수와 덩 교수 외에 존 파든(38) 미국 스토니브룩대 교수와 제이컵 치머먼(38)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동일 회차에 아시아계 수학자가 2명 이상 포함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왕 교수는 2014년 이란 출신 마리암 미르자카니, 2022년 우크라이나 출신 마리나 뱌조우스카에 이어 역대 세 번째 여성 필즈상 수상자가 됐다. 조화해석과 기하측도이론 분야에서 성과를 냈으며, 2025년 조슈아 잘과 함께 127쪽 분량의 논문을 발표해 수학계의 100년 넘은 난제인 ‘3차원 가케야 추측’을 증명했다.
광시일보는 ‘왕의 추측’이라는 제목의 1면 기사에서 왕 교수의 성장 과정과 수학자로서의 여정을 집중 조명했다. 중국에서 흔한 성씨인 ‘왕(王)’이 군주나 여왕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는 점을 활용한 제목이다. 기사에 따르면 왕 교수의 부모는 구이린의 한 중학교에서 각각 수학과 영어를 가르쳤다. 부모는 어린 왕 교수를 수학과 언어의 세계로 이끌고 자유롭게 관심사를 탐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광시일보는 그를 “구이린 자연의 은총을 입은 수학의 여왕”이라고 표현했다.
1991년생인 왕 교수는 16세이던 2007년 베이징대에 입학했다. 처음에는 지구·우주과학학원에서 공부했지만 1년 뒤 수학 과정으로 전공을 바꿨다. 2011년 학부를 졸업한 뒤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니크와 파리쉬드대에서 공학 및 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파리 유학 중 잠시 건축학에 관심을 두기도 했지만 수학이 주는 아름다움과 자유에 이끌려 다시 수학자의 길을 택했다.
왕 교수는 “수학에서는 누구의 허락도 받을 필요 없이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뉴저지 고등연구소와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를 거쳐 현재 NYU와 IHES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덩 교수와 왕 교수는 2007년 베이징대에 입학한 동기동창생으로 현재도 중국 국적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덩 교수는 통계역학과 양자역학 등 물리학과 연관된 편미분방정식 분야에서 거둔 성과를 인정받았다. 두 사람의 동시 수상 소식이 알려진 뒤 중국에서는 이들의 학창 시절과 연구 성과를 조명하는 보도가 잇따르며 ‘필즈상 열풍’이 확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