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 심판위원회가 심판 평가관과 교육 강사를 배정하는 과정에서 특정 인사들에게 업무가 집중되고, 배정을 심의한 인사가 다시 평가관·총책·심판강사로 배정받는 이른바 ‘셀프 배정’ 구조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배정협의체와 심판위원회의 구성원이 상당 부분 겹치는 가운데 배정 과정에 참여한 인사가 다시 평가·교육 업무를 맡은 사례가 확인되면서 배정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실이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문진희 심판위원장 재임 기간 심판 평가관과 교육 강사 배정이 특정 인사들에게 집중된 정황이 나타났다. 평가관을 배정하는 배정협의체와 심판위원회 구성원도 중복됐고, 협의체에 참여한 인사들이 이후 평가관·총책·심판강사 등의 역할을 맡은 사례도 파악됐다.
김재원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A 평가관은 전국대회 평가 업무 41건을 맡아 446경기를 담당했다. B 평가관은 38건, 504경기로 평가 업무 건수는 A 평가관에 이어 두 번째였지만 누적 경기수는 전체에서 가장 많았다. 평가관 1인당 평균 배정 건수는 9.8건으로, A·B 평가관의 배정 건수는 평균의 약 4배에 달했다.
A 평가관은 초·중·고·대학·소년체전 등 여자축구 관련 대회에 집중적으로 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B 평가관은 총책과 평가관 역할을 여러 차례 겸임하며 평가 업무에 반복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평가관 배정의 편중은 상위권 인사들의 배정 비중에서도 드러났다. 전체 평가관 배정에서 상위 13명이 차지한 비중은 약 33%에 달했다. 김 의원실은 이 같은 배정 내역을 근거로 특정 인사들에게 심판 평가 업무가 반복적으로 배정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정협의체 구성에서도 심판위원회와의 중복이 있었다. 김 의원실이 협회 제출 자료를 재구성한 결과, 배정협의체 8명 가운데 5명이 심판위원회와 중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판위원회 구성원이 평가관·교육 강사 배정을 심의하는 협의체에도 참여한 데 이어, 일부는 다시 평가관이나 총책, 심판강사 등의 역할을 맡은 것으로 파악됐다.
문진희 위원장 체제에서 확인된 배정협의체 참여 이력을 보면 최수진 심판위원회 부위원장과 C 위원은 확인된 6차례 협의체에 모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부위원장은 심판위원회와 배정협의체에 참여하면서 평가관·심판강사 역할을 맡았고, C 위원 역시 협의체 참여와 함께 총책·평가관 역할을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D 위원과 E 위원도 배정협의체에 반복적으로 참여하면서 각각 평가관과 심판강사 역할을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F 위원 역시 협의체 참여 이후 평가관으로 활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배정협의체 참여자 가운데 심판위원회 구성원과 평가관·총책·심판강사 역할이 겹치는 사례가 여러 차례 확인됐다는 게 김 의원실의 설명이다.
김 의원은 특히 최 부위원장과 B 평가관이 배정협의체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평가관 또는 관련 업무를 배정받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배정을 심의하는 협의체에 참여한 인사가 다시 배정 대상이 되는 구조라면 이해충돌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김 의원은 B 평가관의 경우 38건의 평가 업무를 맡은 데다 배정협의체에도 참여한 점을 들어 배정 과정의 공정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실이 확보한 제보에는 문 위원장과 최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일부 인사들과 친소관계가 형성돼 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보 내용에는 A 평가관과 B 평가관, C 위원, G 위원 등이 각각 문진희 위원장 또는 최수진 부위원장과 친소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류됐고, 일부는 핵심 측근으로 지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부분은 협회 제출자료에서 확인된 배정 내역과 달리 김 의원실이 확보한 제보에 근거한 내용이다.
김 의원은 특정 인사를 대상으로 이른바 ‘양성코스’를 통해 1급 심판으로 육성하려 했다는 취지의 제보도 있었다고 밝혔다. 특정 인사가 평가관이나 교육강사로 반복 배정된 배경에 심판 승급이나 주요 대회 배정과 관련한 별도의 인맥 구조가 있었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 같은 자료와 제보를 종합해 문 위원장을 중심으로 일부 심판위원회 관계자와 평가관들에게 심판 배정·평가·교육과 관련한 영향력이 집중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심판 카르텔’이라고 주장했다. 심판을 배정하는 과정에 관여한 인사가 다시 평가·교육 업무를 맡는 구조가 반복될 경우 심판 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김 의원은 “심판을 배정하고, 평가하고, 교육하는 권한이 하나의 인맥으로 연결돼 있다”며 “배정을 심의하는 사람이 다시 평가관이나 심판강사로 배정받는 구조가 과연 공정하다고 볼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정 인사에게 배정이 집중되고, 배정권과 평가권이 일부 인사에게 집중된다면 심판 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면서 “심판 배정 특혜와 심판 대리시험 의혹 등을 포함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