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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BTS의 그래미 보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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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시작된 그래미 어워즈는 세계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꼽힌다. 수상자에게 축음기 모양의 트로피를 수여하는 이 상은 오랫동안 음악인들의 최고 영예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화려한 명성만큼이나 비판도 적지 않았다. 심사 기준의 불투명성, 비영어권 음악과 유색인종 아티스트에 대한 배타성은 그래미가 수십년간 받아온 대표적인 지적이다.

그래미의 보수성은 수많은 사례에서 드러났다. ‘팝의 황제’로 불리는 엘비스 프레슬리조차 한 번도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그가 그래미와 나눈 인연은 1971년 ‘최우수 가스펠 음악상’을 받은 것이 전부다. 전설적 하드록 밴드 레드 제플린은 그래미상을 딱 한 번 받았다. 2005년 수상한 ‘평생 공로상’이 그것이다. 밴드가 해체한 지 25년 만의 일이었다. 이처럼 세계적인 스타들도 번번이 그래미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2022년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방탄소년단(BTS)은 ‘버터’(Butter)를 불렀다. 그래미 시상식장에서의 단독 공연은 처음이었다. 무대를 장악한 이들의 퍼포먼스에 객석에선 환호가 터져 나왔고, 가수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빌보드는 이날 그래미 공연 중 BTS의 무대를 1위로 꼽으며 “그들의 창의성이 음악적 재능 못지않게 인상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평했다. 하지만 후보에 오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서는 2년 연속 고배를 마셨다. 팬들은 심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BTS가 내년 2월 열릴 제69회 그래미 어워즈에선 자신들의 음악을 출품하지 않기로 선언했다. 5년 만의 완전체 컴백으로 여전한 글로벌 파워를 입증한 터에 최고의 대중음악 시상식에 자신들의 앨범을 올리지 않겠다는 결정은 뜻밖이다. 배경으로는 그래미가 최근 신설한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이 거론된다.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 음악을 별도 범주로 분리한 것이 다양성 확대가 아니라 K팝을 주요 부문과 분리해 주변화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BTS의 보이콧은 특정 시상식에 대한 불만을 넘어 세계 대중음악의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는 상징적 메시지일 수 있다. 과연 그래미가 시대의 변화를 수용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