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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중·러 뒷배 삼아 힘 키우는 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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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우크라戰 추가 파병설
對中관계도 회복 국면 들어서
제도화된 동맹 관계 아니지만
비대칭 네트워크로 기능 분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5일 러시아가 북한군 3만명을 추가로 받아들이기 위해 6월부터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는 않았고, 한국 정부도 추가 파병의 징후를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미 약 1만4000명의 북한군 전투 병력이 투입된 바 있고, 공병과 군사기술 인력까지 포함한 전체 파견 규모가 약 2만명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추가 파병 가능성 자체를 비현실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중요한 것은 3만명이라는 숫자의 진위보다 북·러 군사협력이 반복적이고 제도화된 협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월20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3차 북·러 외무장관 전략대화에서는 2024년 체결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의 이행, 고위급 교류, 국제문제에서의 공조가 논의되었다.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 수행에 변함없는 지지를 표시했고, 러시아도 북한의 안보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비밀리에 병력을 보내던 관계가 조약과 정례 협의를 통해 전쟁을 함께 수행하는 관계로 발전한 것이다.

정구연 강원대 교수·정치외교학
정구연 강원대 교수·정치외교학

양국 간 거래도 단순한 ‘병력 대 현금’의 거래가 아니다.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과 방사포탄, 그리고 탄도미사일도 제공했다. 러시아는 북한에 단거리 방공 체계, 첨단 전자전 및 재밍 장비와 운용 노하우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탄도미사일의 실전 사용 결과를 분석해 유도 성능 개선에 필요한 자료도 전달했다. 러시아군은 또한 북한군에 무인기 운용을 포함한 전투훈련도 실시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전쟁 물자를 제공하는 대신 러시아는 북한에 현대전 기술과 경험을 제공하는 협력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동시에 북·중 관계도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 2025년 9월 북·중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교류가 복원되었으며, 중국의 대북 수출도 늘어났다. 지난 6월 시진핑의 평양 방문과 7월 김정은의 중국인민지원군 묘지 참배는 한동안 약화됐던 ‘혈맹’의 상징을 다시 부각시키려는 행보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북·중 관계 개선은 북한의 대러 밀착을 대체하는 노선 전환이라기보다 러시아로부터는 군사적 자원과 전장 경험을, 중국으로부터는 경제적 지원과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북·중·러 삼각동맹의 완성을 의미하진 않는다. 다만 정식 동맹이 아니라는 사실이 위협이 작다는 뜻은 아니다. 북·중·러 관계는 하나의 제도화된 동맹이라기보다 기능적으로 분화된 비대칭적 네트워크에 가깝다. 러시아는 북한에 군사기술, 에너지와 전장 경험을 제공한다. 중국은 교역과 외교적 공간, 체제 안정에 필요한 경제적 기반을 제공한다.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 미사일, 병력을 제공하며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부담을 높인다. 북·중·러 삼국이 모든 정책을 통합적으로 조정하지 않더라도 각각의 행동이 서로의 전략적 공간을 넓혀 주는 구조가 되고 있다.

특히 중국에 있어 북·러 협력이 미국과 유럽의 관심과 자원을 분산시키고, 미국 중심의 동맹질서에 부담을 준다는 점에 있어 이를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이 확대되면 한·미·일 안보협력이 확대되고 더 많은 미국의 전략 자산이 동아시아 역내 전개될 것이며,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논의가 커질 것이기 때문에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러시아가 북한의 새로운 군사적 후원자로 부강하면 중국이 북한에 행사해 온 영향력도 줄어들 것이다. 이에 중국은 북·러 군사협력에 대해 지지하지도, 비판하지도 않는 태도를 취해 왔고, 이러한 구조에서 가장 큰 이익을 얻는 국가는 북한이다. 북한은 두 후원국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북·러 군사협력을 기반으로 북한군의 작전계획과 무기체계는 더욱 정교하게 설계될 수 있게 되었다.

요컨대 우크라이나에서 한반도로 돌아올 것은 북한군 병사들만이 아니다. 현대전의 전술과 개선된 무기체계 및 실전 데이터, 그리고 넓어진 외교 공간을 확보한 북한이다. 한국이 대응해야 할 대상은 과거의 북한군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전을 학습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활용하는 북한이다.

 

정구연 강원대 교수·정치외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