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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동생’의 깜짝 결혼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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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여러 신문들이 “최고의 기부 천사는 이름 안 밝힌 20대 여성 탤런트”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발표 내용을 토대로 한 것이었다. 2004년부터 5년간 모금회에 무려 8억5000만원을 낸 기부자가 실명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부득이 배우라는 직업만 공개한 것이다. 요즘 같으면 ‘네티즌 수사대’로 불릴 법한 이들이 곧 조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도 빚어졌다. 후보로 거론된 여자 연예인들을 향해 “그럴 리가 없다”, “돈밖에 모르는 사람” 등 악플이 쏟아진 것이다. 모금회는 어쩔 수 없이 기부 천사의 이름을 언론에 알렸다. 문근영(39)이었다.

 

영화 ‘어린 신부’(2004)에 출연한 배우 문근영의 모습. SNS 캡처
영화 ‘어린 신부’(2004)에 출연한 배우 문근영의 모습. SNS 캡처

문근영은 12살이던 1999년 배우로 데뷔했다. 이듬해인 2000년 KBS 2TV에서 방영돼 엄청난 인기를 기록한 드라마 ‘가을동화’가 그의 출세작이다. 여기서 문근영은 여자 주인공 송혜교(윤은서 역)의 아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 작품은 한국은 물론 중국 등 중화권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다. 지금도 ‘추억의 드라마’로 기억하며 작품 속 명장면들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오늘날 세계를 휩쓰는 한류 열풍의 주역인 ‘K드라마’의 원조들 가운데 하나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2004년 개봉한 영화 ‘어린 신부’는 로맨틱 코미디 작품으로는 드물게 3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대학생 상민(김래원 분)과 고교생 보은(문근영 분)이 집안 어른들의 강권을 견디다 못해 아직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한다는 설정은 다소 비현실적이다. 개봉 당시 17세이던 문근영의 상큼발랄한 여고생 연기가 아니었다면 흥행에 실패했을 지도 모른다. 극중 문근영이 노래방에서 부른 가요 ‘난 사랑을 아직 몰라’(1987)는 원곡과는 별개의 ‘문근영 버전’이 탄생할 만큼 커다란 인기를 누렸다. 요즘도 문근영 하면 떠오르는 ‘국민 여동생’ 수식어는 사실상 이 영화 때문에 생겨났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배우 문근영(오른쪽)이 최근 결혼한 연극·뮤지컬 배우 정평과 함께 찍은 사진. SNS 캡처
배우 문근영(오른쪽)이 최근 결혼한 연극·뮤지컬 배우 정평과 함께 찍은 사진. SNS 캡처

그 문근영이 어린 신부가 아니고 진짜 신부가 되었다. 최근 연극·뮤지컬 배우 정평(46)과 결혼한 사실을 전격 공개한 것이다.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문근영은 “늘 혼자 걷던 길을 함께 걷고 싶은, 홀로 고민하던 시간들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소한 일로도 서로를 웃게 해주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고 밝혔다. 결혼식은 양가 가족들만 참석한 식사 자리로 대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 여동생의 ‘깜짝 혼례’에 놀란 이들이 많을 법하다. 인기 연예인이다 보니 일반인은 모르는 애로 사항도 제법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남들 시선 너무 의식하지 말고 부부가 오손도손 신혼 생활을 즐기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