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규모의 실적을 발표한 30일 코스피는 사흘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반도체 ‘투톱’이 모두 장초반 급등했지만 개인의 매도 물량에 주가와 지수 모두 고꾸라졌다. 파상적으로 급락한 코스피의 향후 전망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5150선을 지지선으로 두는 등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주 공시를 강화함에 따라 향후 주식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코스피, 삼전 호실적에도 5593.56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69.68포인트(1.23%) 내린 5593.56으로 장을 마쳤다. 3거래일 연속 하락으로 지수는 이 기간 1162.19포인트(17%)가 빠졌다. 지수 하락을 주도한 것은 홀로 약 1조4310억을 순매도한 개인 투자자였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조3430억원, 660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지만 지수 하락을 막지 못했다.
특히 이날 실적 발표가 나온 삼성전자는 콘퍼런스콜 이후 8% 넘게 급등했지만 결국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채 0.72% 하락 마감했다. SK하이닉스도 장중 4.14% 상승했지만 종가 상승률은 -5.64%를 기록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 171조4995억원(전년 동기 대비 1813.8%↑)과 영업이익 89조4942억원(전년 동기 대비 130%↑)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71조62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99.9%나 껑충 뛰었고, 영업이익과 매출 모두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3분기 연속으로 경신했다.
특히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은 2분기 매출 127조5000억원, 영업이익 89조2000억원으로 전체 삼성전자 영업이익 중 99.7%를 차지했다. 디스플레이(SDC)부문은 매출 7조5000억원에 영업이익 7000억원을, 전장과 오디오를 담당하는 하만은 매출 4조6000억원에 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다만 모바일과 TV, 가전 등 완제품 사업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은 칩플레이션(반도체 가격 상승) 등 부품 원가 상승 영향으로 2분기 매출 48조원, 영업손실 80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특별배당을 포함한 구체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공개할 계획이다. 2분기 배당으로는 총 2조4559억원을 주주들에게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증권가는 코스피 지수 목표치를 낮추고 있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8월 코스피 지수는 5150를 최악의 마지노선으로 두고 이후 잠복해 있는 불확실성의 경과를 확인하며 6350까지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해당 연구원은 지난 7월 코스피 전망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지수 밴드를 7800~9200로 전망했지만 이번에는 기존 밴드보다 2650~2850포인트 내려 잡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 수준은 밸류에이션이나 기술적 측면 모두에서 과도한 하락 국면을 통과하고 있다”며 “단기적인 등락 이후 5700∼5800선에 안착할 경우 일차적으로 8200선 이상까지 회복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미 연준은 ‘매파적 금리 동결’… 증시 부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으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입장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져 증시 부담이 가중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FOMC 위원 12명 가운데 3명이 금리 인상을 주장했다. 지난 6월 만장일치 동결과 달리 이번에 인상 목소리가 커지면서 사실상 매파적 동결로 풀이된다.
연준의 이날 통화 정책 결정문은 지난달 회의 때 내놓은 것과 거의 같았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은 FOMC의 2% 목표치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부분적으로 에너지 등 특정 부문에서 물가 상승을 유발한 공급충격에 따른 것”이라며 “위원회는 물가 안정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금리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오직 단 하나의 목표만이 존재하며 그것은 (물가상승률) 2%”라고 강조했다.
채권 시장은 워시 의장의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30년 만기 미국채 수익률은 이날 뉴욕증시 마감 직후 5.21%로 전장 대비 0.11%포인트 급등(채권 가격 하락)했다. 이는 2007년 7월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FOMC 회의 결과에 대해 “기자회견에서 워시 의장은 향후 정책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시그널을 전달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서는 향후 연준 통화정책 운용 및 인플레이션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되면서 장기금리가 큰 폭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30일 박종우 부총재보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워시 의장은 그간 연준이 금리 경로를 귀띔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해왔다. 박 부총재보는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서 인공지능(AI) 투자 둔화 우려 등으로 시장 불안심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미 연준 통화정책, 중동 사태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바이오주 공시 강화…변동성 완화될까
워낙 변동성이 커 투자 난이도가 높았던 제약·바이오주는 앞으로 공시 요건이 강화된다. 상장할 때 막연한 장밋빛 전망이나 ‘꿈의 신약’ 같은 과장된 수식어 대신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수치를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투자자 혼란을 막기 위해 기술이전 계약의 세부 지급 조건을 명확히 분리해 공개하고, 과장된 언론 보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도입한다.
금융감독원은 30일 이 같은 내용의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연구개발 기간이 길고 미래 가정이 기업가치 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산업 특성을 고려해, 공시 기재 방식의 편차를 줄이고 분산된 정보를 통합해 일반 투자자가 잠재적 위험 요인을 쉽게 파악하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우선 기업공개(IPO) 증권신고서를 작성할 때 핵심 가정을 구체화하도록 했다. 기업들은 공모가를 산정할 때 예상 시장규모, 임상시험 성공확률, 허가·심사 리스크, 개발기간 및 소요비용 등 4대 요소를 객관적 근거에 기반해 명시해야 한다. 예상 시장규모는 전체시장과 실제 진출 가능한 목표시장을 구분해 기재하고, 임상 성공확률 역시 임의적 추정이 아닌 논문이나 기존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산정해야 한다. 허가·심사 리스크는 품목허가 과정의 주요 위험을, 개발기간 및 소요비용은 단계별 일정과 자금조달 계획을 적어야 한다.
상장 이후 정기 공시에는 파이프라인(신약 개발 프로젝트)별 연구개발 이력 관리 총괄표가 신설된다. 투자자는 이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신약 개발은 물론 과거 추진했던 제품군의 개발 중단, 기술이전, 품목허가 등 전체 이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기존에는 진행 중인 사업을 중심으로 공시가 이뤄졌으나 앞으로는 전체 개발 과정을 통합해 관리해야 한다. 일정이 지연될 경우 그 사유와 향후 대책도 함께 명시해야 한다.
기술이전 계약 공시기준 역시 한층 구체화한다. 기업은 앞으로 전체 계약 규모뿐만 아니라 계약금과 개발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허가 및 판매 마일스톤, 로열티를 명확히 나누어 알려야 한다. 비밀 유지를 이유로 계약 상대방을 비공개할 때도 상대방의 사업 역량과 규모 등 최소한의 정보는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정보 비대칭을 막기 위해 제약·바이오 언론 보도 가이드라인도 마련된다. 기업은 중요 정보를 반드시 공시를 통해 먼저 시장에 공개해야 하고, 과장되거나 주관적인 표현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사실과 수치에만 근거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