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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 먹은 뒤 명치 쥐어짜”…체한 줄 알았는데 응급실 가는 ‘이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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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상복부 통증 계속되면 의심…등으로 번지고 누우면 악화
구토 반복되거나 발열·황달·호흡곤란 동반되면 곧바로 응급실
주요 원인은 담석과 과음…알코올성 췌장염 앓았다면 금주 원칙

“치맥 먹은 뒤 명치 쥐어짜.”

 

급성 췌장염은 명치 부근의 심한 통증이 등까지 번지고 구토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Pixabay
급성 췌장염은 명치 부근의 심한 통증이 등까지 번지고 구토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Pixabay

무더운 여름밤, 치킨이나 삼겹살에 시원한 맥주를 곁들였다. 몇 시간 뒤 명치를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시작되고 구토까지 이어진다. 체한 줄 알고 소화제를 먹었지만 통증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단순한 체기가 아닐 수 있다. 명치 통증이 등까지 번지고 구토가 계속된다면 급성 췌장염을 의심해야 한다. 전날 먹은 음식만 탓할 게 아니라 담석이 있는지, 술을 과하게 마시지는 않았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과식보다 담석·과음 살펴야

 

급성 췌장염은 췌장에 갑자기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대표적인 원인은 담석과 술이다. 미국소화기학회가 2024년 내놓은 진료지침에 따르면 여러 연구에서 담석은 전체 급성 췌장염 원인의 40~70%, 알코올은 25~35%를 차지했다. 이는 국내 환자만을 집계한 수치가 아니라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 제시한 범위다.

 

과식 자체는 급성 췌장염의 대표적인 원인이 아니다. 담석이 있는 사람이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담낭이 수축하면서 담석이 움직일 수 있다. 담석이 담관과 췌관이 만나는 부위를 막으면 췌장액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해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담석성 췌장염이 과식하거나 기름진 음식을 먹은 날 저녁 또는 다음 날 새벽에 잘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알코올성 췌장염은 과음한 날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야식이나 기름진 음식을 먹은 사람에게 모두 췌장염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고지방 음식은 담석이 있는 사람에게 발병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특정 음식 하나만으로 급성 췌장염의 원인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차가운 맥주도 그 자체가 원인은 아니다. 술의 온도보다 마신 양과 음주 습관이 문제다. 알코올이 췌장을 손상하는 과정은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과도한 음주가 급성 췌장염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등까지 번지는 상복부 통증

 

급성 췌장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심하고 지속되는 상복부 통증이다. 명치 부근에서 시작된 통증이 등이나 옆구리로 번지기도 한다. 똑바로 누우면 통증이 더 심해져 몸을 웅크리거나 앞으로 숙이는 환자도 있다.

 

메스꺼움과 구토, 미열, 빠른 맥박이 동반될 수 있다. 담관이 막히면 피부나 눈 흰자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나타나거나 소변 색이 짙어질 수 있다.

 

증상만으로는 체기나 위염, 담낭염, 심근경색 등과 구별하기 어렵다. 의료진은 특징적인 상복부 통증, 혈중 아밀라아제 또는 리파제 수치가 정상 상한의 3배 이상 상승한 경우, 영상검사에서 확인된 췌장염 소견 등 세 가지 가운데 두 가지를 충족하면 급성 췌장염으로 진단한다.

 

복부 초음파는 담석 여부를 확인하는 데 주로 사용한다. CT는 모든 환자에게 처음부터 시행하는 검사가 아니다. 진단이 불분명하거나 입원 치료를 시작한 뒤 48~72시간이 지나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을 때 췌장과 주변 조직의 손상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시행할 수 있다.

 

상복부 통증이 심하거나 시간이 갈수록 악화할 때는 소화제만 먹으며 기다리면 안 된다. 구토가 반복되거나 발열·황달·호흡곤란이 동반될 때도 곧바로 진료받아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급성 췌장염이 의심되고 통증이 심하면 신속하게 응급실을 방문하라고 권고한다.

 

◆예방은 원인부터 막아야

 

여름철 더위나 탈수 자체는 주요 진료지침이 꼽는 급성 췌장염의 대표 원인이 아니다. 물을 충분히 마시면 탈수를 막는 데 도움이 되지만, 물을 많이 마시는 것만으로 췌장염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방의 핵심은 원인을 차단하는 것이다. 과음을 피하고 알코올성 췌장염을 앓았다면 술을 끊어야 한다. 사람마다 알코올에 대한 반응과 위험요인이 다른 만큼 췌장염을 피할 수 있는 ‘안전 음주량’을 일률적으로 정하기는 어렵다.

 

담석성 췌장염은 원인이 된 담석을 그대로 두면 재발할 수 있다. 미국소화기학회는 경증 담석성 급성 췌장염 환자의 경우 상태가 허락하면 퇴원 전에 담낭절제술을 시행하도록 권고한다. 수술 여부와 시점은 췌장염의 중증도와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기름진 야식과 술을 곁들인 뒤 심한 명치 통증을 느껴 응급실을 찾은 상황을 재구성한 이미지. ChatGPT 생성 이미지
기름진 야식과 술을 곁들인 뒤 심한 명치 통증을 느껴 응급실을 찾은 상황을 재구성한 이미지. ChatGPT 생성 이미지

고중성지방혈증도 급성 췌장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담석이 없고 뚜렷한 음주력도 없다면 혈중 중성지방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 중성지방이 1000㎎/dL를 넘으면 고중성지방혈증을 원인으로 의심할 수 있다.

 

야식 뒤 찾아온 복통을 단순한 과식이나 체기로 넘겨서는 안 된다. 명치를 파고드는 통증이 등까지 번지고 구토마저 이어진다면 소화제로 버틸 때가 아니라 병원을 찾아야 할 때다.

 

급성 췌장염은 얼마나 많이 먹었느냐보다 위험 신호를 얼마나 빨리 알아차리느냐가 중요하다. 한밤의 체기로 여긴 통증이 응급질환의 경고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