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산업 수익성과 빅테크의 설비투자 지속에 대한 의구심이 잦아들며 미국 반도체주가 큰 폭으로 상승하자 한국 주식시장도 급반등에 나섰다.
31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49분 현재 코스피는 전장보다 14.44% 오른 6,401.10을 나타내고 있다.
1.15% 오른 5,657.79로 출발한 지수는 불과 몇 분 만에 10%대로 상승폭을 키우며 급등 중이다.
최근 3거래일 사이에만 27.21%와 18.50% 급락했던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각각 20.53%와 25.42% 급등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주된 동력은 외국인이 제공했다.
이 시각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선 외국인이 홀로 4조8천646억원을 순매수하며 사실상 홀로 시장을 이끌고 있다.
개인과 기관은 4조4천598억원과 2천744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기관 중에서는 투신과 연기금이 2천3억원과 1천759억원 매수 우위를 보이는 가운데 금융투자가 9천767억원을 대량 순매도 중이다.
통상 금융투자 수급은 지수상장펀드(ETF)를 통한 개인 자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날 반등을 손절 기회로 인식한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매물을 쏟아내는 양상으로 보인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8.44% 오른 699.20을 가리키며 700선 회복을 시도 중이다.
장 초반부터 지수가 급등하면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선 개장 직후인 9시 6분께 거의 동시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 프로그램 매수호가 효력이 5분간 정지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컨센서스(시장평균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고, 삼성전자도 전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 품귀 상황이 내년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밝히면서 미국 반도체 업종이 간밤 큰 폭으로 반등한 분위기가 국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MS의 사무보조 인공지능(AI) 서비스 365코파일럿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AI 수익성 논란이 일부 해소된 것이 주효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에 힘입어 마이크론(+18.36%), 샌디스크(+25.99%), AMD(+13.00%), 인텔(+11.30%) 등이 두 자릿수 상승을 보이면서 간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무려 8.19% 뛴 채 장을 마감했다.
최근 급락세를 보였던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도 이날은 17.52% 급등, 공모가와 동일한 149달러로 반등했으며, 코스피200 야간 선물은 상한가인 8.00%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
한편, 이날은 한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과도하게 증폭한 주범이란 비판을 받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지수상장펀드(ETF)에 대한 금융당국의 보완 대책이 조기시행된 날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기본예탁금 1천만원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거래할 수 있었으나, 이날부터는 예탁금이 3천만원으로 상향된다. 예탁금 산정 시 시가 70%까지 인정되던 주식·ETF·채권 등 대용증권도 제외됐다.
그런 가운데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이 시각 현재 전장보다 2.00% 내린 84.46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9일 장중 90선을 돌파하는 모습을 보였던 VKOSPI가 80대 중반으로 내려오면서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증시 변동성이 완화 국면에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다만, 국내 증시 반등이 어느 수준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극단적인 변동성 속에 전날 종가 기준으로 7월 한 달 동안에만 코스피가 34.01% 추락,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1997년 10월·-27.24%)를 넘어선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일반 개인 투자자의 투자심리가 크게 훼손된 상황이어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6천 후반대까지는 생각보다 빨리 올라갈 가능성이 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매물대와 청산 물량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에 대한 신뢰"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학습된 주가 하락은 매수 기회라는 인식이 흔들렸다. 더군다나 코스닥과 비(非) 반도체주들이 느낀 소외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주식시장이 무기력하게 흔들리는 동안 국내 10년 국채금리가 4.3%대까지 상승했고, 한국은행이 내년까지 3~4회 기준금리를 상향할 경우 예·적금 금리도 3% 후반대로 높아지는 등 장기자금의 시장유입 유인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허 연구원은 "정부의 주식시장 목표가 이른 시점에 달성됐고, 대기업 실적이 빠르게 좋아지다 보니, 환경이 좋아진 걸 실력이 좋아진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면서 "결국 수급을 결정하는 건 어려워도 기회를 다시 찾을 수 있는 시장과 힘들 때 견뎌내는 기업들의 체력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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