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눈빛으로 무게감을 가져가는 연기가 저는 아직도 좋습니다. 몸으로 부딪혔을 때 오는 희열도 있고요.”
지난 30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소지섭은 SBS 드라마 ‘김부장’에서 다시 한번 액션의 매력을 확인했다고 했다. 30년이 넘는 연기 경력과 40대 후반이라는 나이에도 그가 여전히 액션을 좋아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단순히 때리고 맞는 장면이 아니라, 감정과 서사가 몸으로 폭발하는 순간이야말로 액션의 본질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소지섭은 “아직까지 얼떨떨하고 감사하다. 지금 시청률 20%로 나온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흥행 반응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쉽다, 빠르다, 통쾌하다 하는데 과연 그게 다일까 생각해 본다”며 “실제로 주변에 아이를 가진 아빠들이 울었다고 연락을 많이 받았다. 그게 통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흥행의 비결을 단순한 사이다 액션만으로 보지 않는 태도였다.
그가 ‘김부장’을 선택한 이유 역시 액션 그 자체만은 아니었다. 소지섭은 “오랜만에 액션 장르인 넷플릭스 ‘광장’을 찍고 나니 또 액션을 찍고 싶었는데, ‘김부장’ 제안이 왔다”며 “액션보다 ‘김부장’이 가진 서사와 아픔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고등학생 딸을 둔 아버지 역할은 처음이었지만, 그 낯섦이 오히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기회라고 봤다.
소지섭이 말하는 액션의 핵심은 ‘의미’였다. 그는 “이유 없이 사람을 때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며 “서사가 깔리고,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명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부장’의 액션 역시 복수를 위한 폭력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딸을 찾기 위한 과정에 가깝다고 봤다. 그는 “사람을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라 딸을 되찾는 과정에서 폭력이 불가피하게 지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의 액션을 두고 소지섭은 “웹툰에서 오는 시그니처 같은 것들을 녹이려고 했다”며 원작의 상징성을 살리는 데도 공을 들였다고 했다. 특히 “불필요한 액션이 나오면 지루해지고 몰입이 깨질 수 있다”며 “드라마적으로 필요한 액션만 남기려고 했다”고 밝혔다. 액션이 많아도 감정이 전달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는 액션 신을 찍는 방식에서도 자신의 철학을 분명히 했다. “말보다 눈빛으로 무게감을 잡는 연기가 좋다. 좋은 드라마나 영화는 설명이 필요 없어야 한다”고 말한 소지섭은 몸과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액션을 선호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김부장’의 액션은 단순한 타격감보다 인물의 감정이 먼저 읽히도록 설계됐다.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도 작품의 중요한 축이었다. 소지섭은 최대훈과 윤경호에 대해 “캐릭터들이 서로 겹치지 않아 재미있었다”며 “경호는 몸으로, 대훈은 계산적으로, 저는 눈빛으로 무게를 잡는 식으로 조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셋이 모이면 대사와 상황을 더 채우기 위해 계속 이야기를 나눴고, 정수기 장면 같은 애드리브도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했다. 그는 “진지한 무드에서는 애드리브를 하지 않았고, 민지를 찾은 뒤부터 조금씩 여유를 넣었다”고 전했다.
소지섭에게 ‘김부장’은 액션 배우로서의 전성기를 다시 확인한 작품이기도 했다. 그는 “예전만 해도 액션 드라마가 많았는데 요즘은 귀한 장르가 됐다”며 “개인적으로 그런 장르를 좋아하고, 아직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특히 몸을 쓰는 액션에 대해서는 “오전에는 권투를 하고 오후에는 웨이트를 하는 식으로 늘 몸을 만든다”며 “몸이 굳지 않게 관리하는 루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화려한 액션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었다. 소지섭은 “이유 없이 때리는 액션보다 왜 싸우는지가 분명한 액션을 하고 싶다”며 앞으로도 서사가 살아 있는 액션을 원한다고 했다. 그는 ‘김부장’을 두고 “배우 인생의 두 번째 장을 열어준 작품”이라고도 말했다. 액션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전히 같았다. 몸으로 감정을 말하고, 말보다 눈빛으로 상황을 전하는 일, 그 자체가 지금도 여전히 재미있다고 그는 말했다.
데뷔 30년이 넘은 지금도 소지섭은 현장에 나가면 가장 나이 많은 선배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책임감과 어깨의 무게는 커졌지만, 액션에 대한 열망만은 여전하다. 그는 “아직까지 액션 연기가 괜찮은 것 같고 계속 더 하고 싶은 장르”라며 “감정이 실린 액션을 하고 싶다”고 했다. 소지섭에게 액션은 단지 장르가 아니라, 배우로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언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