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dak 필름 한 롤 서른여섯 번의 셔터를 누르며 사진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카메라에 표시된 필름 카운터가 25 정도가 되면 고민이 시작됐다. 필름을 새걸로 갈아야 하나 남은 거로 찍어도 될까? 제한된 서른여섯 번의 셔터를 누르는 순간의 신중함과 긴장감, 설렘은 지금의 디지털카메라 시대에는 느낄 수가 없는 감정이다.
사진기자는 본인이 취재했던 사진을 나름의 방식으로 보관한다. 개인의 차이는 있지만 필자는 사진의 중요도를 떠나 보관을 많이 하는 사진기자이다. 역사의 중요했던 순간도 있었고, 상황이 기억도 없는 시답지 않은 사진도 있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담은 기념사진도 있고 취재와 출장 중에 보이는 나의 모습도 있다.
아주 먼 옛날의 모습은 아니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열어본 나의 외장하드를 독자들과 같이 꺼내보고 추억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1998년 한일 월드컵경기장 부지 선정을 앞두고 후보지로 거론되던 마포구 상암동, 성산동 주민들은 "우리 동네에 월드컵경기장을 건립하라"며 연일 ‘적극 유치 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은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의 악취와 주변 침수 피해 등으로 겪는 불편에 비하면 소음과 교통 불편 등 공사 실시에 발생하는 피해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경기장 건립을 적극 수용했다. 다만 월드컵경기장 건립으로 일대가 대규모 택지 개발 구역으로 지정되며 지역에 거주하던 세입자와 철거민들을 중심으로 반발과 생존권 투쟁이 같이 일어났다.
우여곡절 끝에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은 1998년 11월 6일 김대중 대통령과 고건 서울시장 등 정부 관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역사적인 기공식이 열렸다.
‘2002 한일 월드컵’ 개막식이 열렸던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보조경기장을 합해 부지면적 21만 6712㎡(6만 5555평), 건축면적 5만 8539.63㎡(1만 7708평), 연면적 16만 6503.34㎡(5만 367평), 수용인원 6만 6704명에 이르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축구전용 경기장으로 건립되었다. 주경기장은 지상 6층, 지하 1층, 최고 높이 48.3m 규모의 직사각형 모양이며 축구구장은 길이 1백 5m, 폭 68m다.
경기장 외양은 우리 민족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21세기의 희망을 담을 수 있는 `전통 소반`과 `팔각 모반`을 두겹 겹쳐놓은 모습을 갖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전체 이미지를 마포나루에 드나들던 황포돛배가 모여 있는 모습으로 표현했으며 경기장 지붕은 우리나라의 이미지와 문화를 띄운다는 의미로 전통 방패연의 모습으로 형상화했다.
총사업비 2060억 원이 투입된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은 3년여의 공사기간을 거쳐 2001년 11월 10일 개장했다.
전 세계인의 관심 속에 한국적이고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선 2002년 5월 31일 역사적인 프랑스 대 세네갈의 2002한일 월드컵 개막전 외에 조별 리그전인 터키 대 중국(6월 13일), 준결승전인 한국 대 독일(6월 25일) 경기가 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