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급락장에서 사들인 SK하이닉스 주식의 평가이익이 하루 만에 한때 13억원을 넘어섰다. 미국 반도체주 급등과 외국인의 대규모 매수세가 맞물리면서 SK하이닉스 주가가 상한가 문턱까지 치솟았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 SK하이닉스 보통주 3620주를 주당 평균 135만3677원에 장내 매수했다. 총취득금액은 49억31만740원이다. 최 회장이 개인 명의로 SK하이닉스 주식을 직접 보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회장의 매수 사실이 알려진 다음 날 SK하이닉스 주가는 급반등했다. 이날 장중 전 거래일보다 29.73% 오른 171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상한가인 171만8000원보다 불과 3000원 낮은 가격이다.
장중 최고가를 적용하면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62억830만원으로 불어난다. 실제 취득금액과 비교한 평가이익은 13억798만9260원이다. 매수 하루 만에 수익률이 26.7%에 달한 셈이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주가가 사흘 연속 하락한 지난 30일 매수에 나섰다. 주가는 지난 28일 155만원, 29일 140만1000원, 30일 132만2000원으로 연이어 떨어졌다.
지난 16일 종가 184만2000원과 비교하면 2주 만에 28.2% 밀린 수준이다. 지난달 25일 기록한 장중 최고가 298만7000원과 비교하면 낙폭은 55.7%에 달한다.
최 회장의 평균 취득단가는 매수 당일 종가보다 3만1677원 높았다. 그러나 이튿날 주가가 급반등하면서 결과적으로 단기 저점 부근에서 주식을 사들인 모양새가 됐다. 다만 평가이익은 주식을 팔아 확정한 이익이 아니어서 향후 주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SK하이닉스 급등을 최 회장의 주식 매수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주가를 끌어올린 직접적인 동력은 간밤 미국 증시에서 불어온 반도체 훈풍과 외국인의 대규모 자금 유입이었다.
뉴욕증시에서는 마이크론이 18.36%, 샌디스크가 25.99%, AMD가 13.00%, 인텔이 11.30% 각각 급등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8.19% 뛰었다.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17.52% 오르며 공모가를 회복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과 클라우드 성장 전망을 내놓으면서 AI 인프라 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일부 누그러졌다. 최근 급락했던 반도체주에는 저가 매수와 옵션 수급까지 몰리며 상승 폭이 커졌다.
외국인은 이날 오전 10시58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912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거래까지 합치면 순매수 규모는 8조1620억원으로 늘어난다.
코스피는 장중 17.07% 오른 6548.64까지 치솟았다. 삼성전자는 장중 26.33% 급등했고 SK스퀘어와 삼성전기는 나란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장 직후 매수 사이드카가 잇달아 발동됐다.
최 회장의 취득금액이 내부자거래 사전공시 기준인 50억원에 약 9969만원 못 미친 점도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상장사 임원이나 주요주주가 거래 개시일 기준 과거 6개월과 향후 거래기간의 물량을 합산해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 또는 50억원 이상을 거래하려면 거래 개시 30일 전까지 매매계획을 공시해야 한다.
반대로 거래 수량이 발행주식 총수의 1% 미만이면서 거래금액도 50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사전공시 의무가 면제된다.
최 회장의 이번 거래는 3620주, 49억31만740원으로 두 가지 면제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 시장에서는 최 회장이 사전공시 기준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많은 주식을 사들여 급락장에 신속하게 책임경영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의 첫 직접 매수는 시장의 눈길을 끌었지만 이날 주가를 밀어 올린 더 큰 힘은 미국발 반도체 랠리와 외국인의 귀환이었다.
결과적으로 최 회장은 주가가 사흘 연속 추락한 날 49억원을 베팅했고, 바로 다음 날 장중 13억원이 넘는 평가이익을 거둔 ‘저점 매수’의 주인공이 됐다.

